SK하이닉스가 '반도체 겨울론'을 딛고 반등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를 이끄는 엔비디아 공급망에 조기 합류해 가파른 실적 성장을 자랑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한 달 동안에만 11% 뛰었다. 앞서 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지난 9월 '반도체 겨울론'을 주장한 이후 SK하이닉스는 같은 달 19일 14만4700원까지 밀렸다. 하지만 곧바로 반등에 성공하면서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한 달간 5% 하락했다.
5일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0.41% 내린 19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6세대 HBM(HBM4) 조기 공급 언급 이후 주가에 불이 붙으며 6%대 급등했는데, 이날은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 다만 삼성전자가 이날 1.8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강력한 매수세가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이달 5일까지 SK하이닉스 주식을 1조7385억원어치 사들였다. 같은 기간 이들이 삼성전자 주식 4조8373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과 대조적이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주도권 싸움에서 경쟁사를 제친 점이 긍정적인 투자심리를 형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사실상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또한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엔비디아에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해 올 4분기 출하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HBM3·HBM3E에 이어 맞춤형 제품 HBM4까지 엔비디아에 공급하기로 한 상태다.
이 같은 성과는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조6000억원, 7조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4%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역대 최고치였던 2018년 3분기 6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호실적의 일등 공신은 HBM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의 지난 3분기 D램 매출 중 HBM 비중은 30%로 전분기(20%)보다 10%포인트 뛰었다. 반도체 업황 둔화에도 견조한 HBM 수요에 힘입어 실적 성장을 이어갔다.
HBM 공급 초과론에 대한 우려도 사그라들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SK AI 서밋'에서 젠슨 황 CEO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HBM4 공급 일정을 6개월 앞당겨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전해지면서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앞으로도 HBM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만큼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내 선두 포지션은 변화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HBM3E 8단과 같이 내년 12단 시장도 사실상 독점 가능성이 높고, HBM4 고객사 샘플 공급도 가장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는 구간에서 가격·수량이 확정돼 거래되는 HBM 시장의 주도권이 주가 방어 논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AI 수요가 성장하는 가운데 서버와 HBM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SK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HBM은 HBM3e 12단으로의 빠른 전환으로 내년에도 수량 증가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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