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자헛은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법원은 재산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재산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은 회생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 채권자들이 한국피자헛의 자산을 가압류하거나 팔지 못하게 하고 모든 채권을 동결하는 조치다. 법원은 “최근 2심 판결에 따른 채권자(가맹점주)의 강제집행으로 정상적인 회사 운영을 할 수 없게 되자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피자헛은 회생 개시 여부 결정에 앞서 기업과 채권자가 동의하는 외부 전문가나 법인을 선임해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도 신청했다. ARS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피자헛과 채권단 간 합의가 이뤄지면 회생 절차를 밟지 않는다.
한국피자헛은 지난 9월 가맹점주 94명이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한국피자헛이 2016~2022년 가맹점주에게 받은 차액 가맹금 210억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차액 가맹금은 가맹 본부가 가맹점에 필수 품목(본부에서 꼭 사야 하는 원·부재료)을 팔아 남기는 이윤이다. 가맹점주들은 본부가 점주와 합의하지 않고 품목별 단가를 지나치게 올려 팔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1, 2심 법원 모두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피자헛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가맹점주들은 지난달 4일부터 가맹 본부 은행 계좌를 압류해 채권 추심 절차를 밟고 있다. 이로 인해 종업원 급여 및 협력업체 납품 대금 지급, 원재료 구입비 지불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국피자헛은 설명했다.
1991년 설립된 한국피자헛은 200억원대 배상금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금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피자헛은 지난해 4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3억원)보다 손실 규모도 15배 커졌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에 가격을 잇따라 올린 탓에 소비자에게 외면받으며 매출과 이익이 동반 감소한 것”이라고 했다. 피자헛 일부 메뉴는 라지 사이즈 한 판이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4만원에 육박한다. 프랜차이즈 피자 대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대형마트의 저가 냉동 피자나 식품 코너 피자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점포(가맹·직영점) 수도 매년 줄고 있다. 2021년 말 403곳이던 매장 수는 지난달 332곳으로 3년 새 18%가량 감소했다. 한국피자헛 측은 “전국 모든 지점은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며 “법원 중재하에 소송 참여 점주들과 원만한 협의를 진행해 이른 시일 안에 계좌 동결 등을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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