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8·8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대책으로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 네 곳을 5일 발표했다. 서초와 서울 주변 10㎞ 내 총 689만㎡ 규모다. 서울에서는 강남 생활권에 있는 서초구 서리풀지구가 포함됐다. 정부가 서울에서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에 나선 것은 이명박 정부 이후 12년 만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서리풀지구에 역세권 고밀도 개발로 2만 가구를 짓고, 이 중 55%인 1만1000가구를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미리 내 집)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최소 10년간 거주할 수 있고, 다자녀 출산 가구에는 분양 전환 때 분양가를 최대 20% 할인해준다.
고양 대곡역세권(9000가구)과 의왕 오전왕곡지구(1만4000가구), 의정부 용현지구(7000가구)도 그린벨트를 해제해 신규택지로 조성한다. 수도권 그린벨트 중에서도 난개발 등으로 환경 보전 가치가 낮은 곳이다.
정부는 지구 지정 전 보상 조사 착수 등으로 행정 절차를 단축해 2026년 상반기 지구를 지정한 뒤 2029년 첫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에는 3만 가구 규모의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를 추가로 발표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수도권에 양질의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을 줘 부동산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지 좋은 서초, 신혼 우선공급…서울 10㎞ 내 세 곳 선정
신혼부부를 위해 주변 환경도 육아 친화적으로 조성한다. 어린이집과 키즈카페 등이 함께 마련된다. 거주 기간도 출생아 수에 따라 최대 20년까지 늘려주기로 했다. 분양 전환 때 3자녀 가정은 시세의 80%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자연환경 보전이라는 취지를 고려해 그동안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내년에 발표되는 추가 3만 가구 신규 택지도 서울 내 그린벨트는 제외된다. 하지만 공급절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소한의 그린벨트 개발은 필요하다고 봤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렵게 살린 출생아 증가 불씨를 키우기 위해 미래 세대에 주택을 우선 공급할 것”이라며 “서초 서리풀은 신혼부부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의왕 오전동과 왕곡동 일대 187만㎡엔 1만4000가구가 들어선다. 경기에서 가장 큰 규모다. 이곳은 과천~봉담 도시고속화도로와 경수대로(국도 1호선)가 인접해 있다. 2029년 개통될 계획인 동탄~인덕원선 의왕시청역(가칭)이 700m 거리에 있고, 2028년 개통 예정인 GTX-C노선 의왕역과도 가깝다. 서울 도심까지 30분대에 이동할 수 있어 교통 인프라가 좋은 편이다.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인근에 일자리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왕곡동과 오전동 사이로 과천~봉담 도시고속화도로가 지나가는 등 사업지구가 분리돼 있다. 국토부는 도로 연결 체계를 갖추는 방식으로 지구 간 단절을 해소할 계획이다.
서울 경계에서 북쪽으로 3㎞ 떨어져 있는 의정부 용현동 일대에서는 7000가구를 내놓는다. 입지 여건은 좋은 편이지만 과거 군부대가 있던 곳이라 주변 도심과 단절된 채 오랫동안 개발되지 않았다. 지하철 7호선 연장이 예정된 탑석역과 GTX-C노선이 들어서는 의정부역 등이 가깝다. 인근에 있는 의정부법조타운 및 고산·민락지구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공급 확대 정책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그린벨트 해제, 노후 계획도시 재건축 등을 통해 국민이 선호하는 지역에 대규모 주택 공급을 추진하겠다”며 “소비자 관점에서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실수요자 관점에서 주택시장을 안정시켜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유오상/이인혁/양길성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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