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보일러 맞수 '특허 분쟁'…경동나비엔, 귀뚜라미 판매에 '제동'

입력 2024-11-05 18:54   수정 2024-11-06 00:37

보일러 업체 귀뚜라미가 ‘거꾸로 에코 콘덴싱’ 세 개 모델을 판매하지 못하게 됐다. 경쟁사인 경동나비엔이 신청한 판매금지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일부 인용하면서다. 귀뚜라미가 특허법원에 제기한 ‘경동나비엔의 특허권 무효 심판’의 2심이 남아 있어 보일러 ‘투톱’ 업체 간 특허권 분쟁은 더 달아오를 전망이다.

5일 보일러업계에 따르면 귀뚜라미는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거꾸로 에코 콘덴싱(모델명: L11, S11, E11)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결정서를 송달받았다. 가처분 효력은 송달문을 받은 당일부터 발생한다. 다만 대리점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은 본사가 이미 판매를 완료한 제품이기 때문에 4일 이후에도 판매할 수 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경동나비엔이 지난해 12월 귀뚜라미를 상대로 ‘특허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지 11개월 만에 나왔다. 당시 경동나비엔은 귀뚜라미가 자사 특허 기술 4건을 침해한 열교환기를 생산·판매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의 특허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올 2월 특허심판원에 특허권 무효 심판을 냈다. 특허심판원은 지난 9월 경동나비엔의 특허 4개 가운데 2개를 무효로, 1개는 일부 무효, 1개는 특허로 인정했다. 이번 판매금지 가처분 인용은 그 1개 특허를 침해했다고 인정한 셈이다.

이에 귀뚜라미 관계자는 “다른 특허도 무효를 입증하기 위해 지난달 특허법원에 2심을 신청했다”며 “경동나비엔 측이 본안 소송 없이 가처분 소송만 제기하면서 업무 방해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동나비엔은 4개 특허기술이 모두 해당 제품에 들어가 있어 한 개라도 침해했다면 판매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향후 해외 시장에서의 영업을 고려해 가처분신청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기술 분쟁을 벌이는 배경으론 국내 보일러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점도 꼽힌다. 귀뚜라미홀딩스는 지난해 매출 1조2372억원을, 경동나비엔은 1조2043억원을 기록했다. 온수기와 냉·난방공조시설 등이 포함된 수치로, 보일러만으로는 누가 1위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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