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전기차 캐즘에도 美판매 30% 늘었다

입력 2024-11-05 17:54   수정 2024-11-06 00:37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연간 누적판매 10만 대를 돌파했다. 사상 처음이다. 올해 판매량을 30% 끌어올리면서 작년 연간 판매량을 이미 넘어섰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제치고 미국 전기차 시장 ‘넘버2’가 된 현대차그룹은 올해 점유율 10%를 달성해 1위 테슬라 추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 확 늘어난 국산 전기차
4일(현지시간) 찾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선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를 어디서든 만날 수 있었다. 신차 넷 중 하나가 전기차인 덕분에 ‘전기차 성지’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현지 언론도 현대차·기아의 질주에 주목하고 있다. LA타임스는 이날 올 1~3분기 캘리포니아주의 테슬라 판매량이 전년보다 12.6% 감소한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30.5%, 64% 급증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현대차·기아가 합리적인 가격의 세그먼트와 매력적인 리스 옵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기아는 올 들어 10월까지 미국에서 전기차 10만1333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3% 늘어난 수치다. 작년 연간 기록(9만4340대)을 이미 넘어섰다.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1~3분기 기준)은 9.5%로 2022년(7.4%) 대비 2.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의 점유율은 63.3%에서 49.8%로 떨어졌다. 올 들어 3분기까지 테슬라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47만1374대로 1년 전 동기(49만3513대)보다 4.5% 줄었다.

업계에선 현대차·기아의 전기차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대상이 아닌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데 주목한다. 지난달 시범 생산에 들어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하는 아이오닉 5 등은 보조금 대상이 되는 만큼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지 생산에 신차도 출격
미국 전기차 시장에 먼저 진출한 건 기아였다. 2014년 쏘울 EV를 선봉에 세웠다. 이어 2017년 현대차 아이오닉 EV를 출시했다. 진출 초기 연평균 1000여 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코나 EV, 니로 EV 등이 새롭게 추가되며 7772대로 뛰었고, 2021년에는 1만9590대로 점프했다. 2022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오닉 5와 EV6 등이 나오고 G80 EV, GV60 등 제네시스 전기차가 출시되면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판매량이 12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내년에는 전기차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MGMA 가동이 내년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HMGMA를 통해 전기차 모델을 연간 30만 대 이상 생산할 예정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과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 만드는 EV9은 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받는 만큼 사실상 판매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상품성을 끌어올린 신차도 투입한다. 대표적인 게 아이오닉 9다. 아이오닉 9은 E-GMP에 기반한 현대차의 세 번째 전기차 모델로,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로의 성장을 이끌 대형 SUV다. 아이오닉 9는 11월 LA오토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아이오닉 9을 필두로 미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추가할 계획”이라며 “매력적인 마케팅을 통해 전기차 선도업체로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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