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상장사들이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를 할 때 계약 상대방이나 거래규모를 모두 공개하지 않고 유보하는 게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계약의 주요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시하라는 취지다. 또 관련 공시 이후 계약 진행 과정을 투자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정기보고서를 통해 자세히 알려야 한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최근 들어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의 허위·과장을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공시 서식 기준을 강화한다고 6일 밝혔다.
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단일판매·공급계약 관련 불성실 공시가 증가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발생한 공급 계약 관련 불성실 공시는 올 상반기 동안에만 10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8개)를 넘어섰다.
문제는 계약 체결과 진행 과정에서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거래소 공시 서식상 주요 계약 조건은 기업이 자유롭게 서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이 계약 상대방과 금액 등 주요 내용을 전부 비공개할 경우 정보 가치가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계약 진행 상황을 정기보고서에 기재할 수 있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거나 미기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또 해당 공시가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대규모 수주 계약이 테마주와 결합할 경우 허위·과장성 공시 후 매도 차익 실현 등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A상장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관련 공급 계약 체결 공시 전후 10거래일간 주가가 급등락(상승 62.3%·하락 40.4%)하기도 했다. A사는 계약 금액의 50% 미만으로 이행하면서 계약을 종료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에 거래소는 공시 접수 단계부터 관리를 강화하고 정기보고서에 진행 상황을 상세히 기재토록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계약 체결 시 계약금·선급금 유무, 대금 지급 조건 등 주요 정보를 자세히 기재하도록 한다. 공시 유보는 원칙적으로 계약 금액이나 계약 상대방 중 하나만 허용한다. 계약 체결 공시 이후 반기별로 정기보고서에 진행 현황과 미진행에 따른 사유, 향후 계획을 기재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불공정거래 적시 대응을 위해 금융감독원과의 업무 협조도 강화한다. 허위·과장성 공시와 이에 대한 불공정거래 의심 사항에 대해 신속히 조사할 수 있도록 거래소 시장 감시와 금감원 불공정거래 조사 기능 간 정보 공유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거래소는 "공시 내용과 기관 간 협조 강화로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 제공이 확대될 것"이라며 "허위·과장성 공시를 통한 주가 부양 도모 등 불공정거래 시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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