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카브아웃 거래 시 고려 사항 [삼일 이슈 프리즘]

입력 2024-11-06 11:18   수정 2024-11-08 08:14

이 기사는 11월 06일 11:1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초 한 증권사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올 한 해 금융시장 전망을 함축한 사자성어로 거안사위(居安思危)를 꼽았다. 안정적인 상황에서도 미래 위기에 대비하라는 뜻으로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고금리 기조를 비롯해 지정학적 리스크, 인공지능(AI)의 폭발적 성장 등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자본 조달 비용을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글로벌 M&A 시장의 회복은 지연되는 추세다. 다만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대기업 중심의 카브아웃 거래(Carve-out Deal)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카브아웃 거래는 기업이 경영 효율성 제고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자회사나 사업부를 떼어 내 매각하는 것을 뜻한다. 올해에는 대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및 화학 산업 구조 재편 등으로 카브아웃 거래 건수가 늘고 있다.
매수인: 고금리 시대 안정적인 투자처
글로벌 팬데믹 이후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투자자는 예전보다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고 있다. 특히 자본 조달 비용이 크게 높아지면서 사모펀드(Private Equity)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 FI)는 현금 흐름이 검증된 사업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분야가 바로 대기업의 카브아웃 거래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非)핵심 사업이지만, 대기업의 검증된 관리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안정된 고객 기반과 현금 흐름 창출 능력, 우수 인력과 설비 등은 재무적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부분이다. 또한 투자 후 기업 통합 작업(Post-Merger Integration, PMI) 과정에서 돌발적인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매도인: 포트폴리오 재편과 성장 동력 확보
대기업에도 카브아웃 거래는 비핵심사업 매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최근 대기업은 사업 구조 혁신과 밸류업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AI 기술 발전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시대 변화는 전보다 빠른 속도의 생산성 향상과 탄소배출 중립(Net zero) 달성을 위한 포트폴리오 개선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기존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 선택과 집중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

대기업의 경우, 고금리 기조에서 자본의 기회 비용이 높아지면서 사업 재편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비주력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전략을 택한다. 이미 상당기간 운영하며 검증된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려면 거래 초기 단계에서 당사자 간 상호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자문사가 거래 당사자의 니즈를 명확히 이해하고 투자자를 빠르게 설득해, 입증된 실적과 자료에 근거한 합리적인 거래 가격(Deal Value)을 협상하는 프로세스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카브아웃 거래 과정 및 주의할 점


사전준비 단계
사전준비 단계에서는 매도인이 분리 방안을 결정하고 이해 관계자와 사전 소통한 후, 예비 실사를 진행한다. 예비실사 단계에서 매수인이 필수적으로 검토할 사항은 사업 현황, 사업 계획 및 과거 실적 등이다. 이를 위해 통상적으로 매도인은 카브아웃 대상 기업의 재무제표, 사업 계획 등을 담은 데이터북(Databook)을 제공하고 질문 및 답변 시간을 마련한다. 이 단계에서 매도인은 일반적으로 가격 산정을 위한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한다.

실행 단계
실행 단계에서는 다수의 이해 관계자를 고려해 보안을 유지하면서 거래 종결성(Deal certainty)를 확보한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본 실사 이전 지분 또는 사업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Binding MOU)를 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양해각서를 체결하면 본 실사 전에 합의 내용(key term)에 대한 상호 합의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본 계약 체결 시 협의할 요소를 미리 합의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본 실사 단계에서는 △가격 조정 사항 △성장 가능성 △잠재적 리스크 확인 등 세 가지 측면을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가격 조정 시에는 MOU 단계에서 매도인이 제시한 과거 재무제표에 대해 이미 합의된 조정 대상 항목 위주로 정확성 검증이 진행된다. 성장 가능성 검토 시에는 최근 실적에 기반한 향후 2~3개년 사업 계획에 대해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잠재적 리스크 검토 시에는 현재 존재하지 않으나, 인수 후 발생할 수 있는 대상 사업에 대한 위협 요소를 검토한다.

특히 카브아웃 거래의 경우, 대기업 산하 사업부에서 독립기업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새롭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점검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 산하 사업부에서 독립하면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안전·건강·환경(Safety, Health & Environment, 이하 SHE) 관련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실사할 때는 영업·재무·세무·법무 등 전통적인 범위뿐만 아니라 SHE를 비롯한 기술, 지적재산권 등으로 검토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 때 분야 별로 전문 인력이 투입돼 면밀한 검토가 진행된다.

이어 본 계약 체결 단계에서는 본 실사에서 파악된 이슈 사항을 서로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계약 시 기재되는 최종 매매대금은 본 실사 결과를 반영해 조정된 매매대금이다. 본 계약 체결 시점에서 중점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독립기업 운영 비용
카브아웃 대상의 직접 비용을 제외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때 발생 가능한 비용이다. 일반적으로 전속되는 비용 외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정보기술(IT) 및 관리 인력 인건비 등이 포함된다. 카브아웃 거래 진행 시 일반적인 방식은 매도인이 카브아웃 대상 손익계산서와 자체 추산한 독립기업의 운영비용 항목 및 금액을 먼저 제시한 후, 매수인이 본 실사를 통해 그 적정성을 검토하고 가격 조정 협상을 진행한다.


2. TSA 계약
TSA(Transition Services Agreement) 계약은 카브아웃 대상에 속하지 않는 항목 가운데, 독립기업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산이나 법률상 또는 제3자와의 계약 등의 사유로 이전할 수 없는 자산에 대해 매수인이 종결 후 사용하도록 합의하는 서비스 계약이다. 거래 진행 시 TSA 계약은 서비스 별로 본건 영업을 독자적으로 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동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당사자가 별도 합의한다.

3. SHE 사전 파악 및 해결
카브아웃 거래 이후, 규제 관리기관(환경부, 산업단지 등)으로부터 SHE 관련 이슈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이슈는 인수 후 영업정지 등 사업 수행에서 본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매수인은 SHE 이슈를 사전에 파악하고 종결 전 해결을 전제로 거래를 진행한다.

4. 기존 거래관계 유지
기존 대기업 산하에서 유지되던 거래 상대방과의 계약은 지배권 변경(Change of Control, COC) 이후 불리한 조건으로 변경될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 부분에 대해 매수인 측은 물량 보전 등과 같은 안전장치를 본 계약에서 확약 사항으로 반영하길 원한다. 반면 매도인은 법률상 이슈 등 여러 사유로 인해 본 계약에 해당 문구를 수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 수준에서 협조 등 법률상 문구를 반영해 최종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5. 가격 조정
양해각서(Binding MOU)에서 합의한 가격 조정 항목에 대해서는 본 실사를 통해 확인한 사항을 바탕으로 조정하는 절차가 수반된다. 가격 조정 방식 및 한도는 일반적으로 손해배상 방식 및 한도와 유사하게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개별 조정 항목 별로 일정 이상의 금액을 합산해 합의된 방식에 따라 한도까지 조정하게 된다.

[종결 단계]
종결 단계에서는 계약 체결 이후 매수인 회사로 최종 편입되기까지 선행 조건 충족, 정산 등의 과정을 수행하며, 체결 후 통상적으로 1~2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전통적 M&A보다 고려 사항 많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카브아웃 거래는 투자자와 매도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요소를 가진 거래 방식이다. 다만 기존 독립법인으로 운영되던 회사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hare Purchase Agreement, SPA)처럼 전통적인 M&A 방식과 비교할 때, 카브아웃 거래는 거래 단계에서 특별히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이때 경험이 많은 자문사는 거래 종결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거래 구조 및 전략을 수립하고, 잠재적 이슈에 대한 식별 및 대응 방안 등을 마련한다. 또한 전체 거래 프로세스 운영과 함께 PMI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해 거래 당사자 간 조화롭게 협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사례에서도 대기업 측을 대리한 자문사는 적절한 매수인을 탐색 및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양측의 핵심 고려 사항에 대해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올해 카브아웃 거래는 매도자인 기업과 투자자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전략적 옵션으로 부상했다. 매도인은 독립경영이 가능한 비주력 사업부의 매각을 통해 시장에서 더욱 큰 가치를 창출하게 됐으며, 이를 통해 확보한 리소스를 바탕으로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투자자는 안정적이고 검증된 비즈니스를 확보해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주요 대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여러 투자자가 성장 잠재력을 가진 인수 대상을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카브아웃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 관계자는 현재의 안정 속에서도 미래 리스크를 철저히 대비해야 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가 성공적인 거래를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 카브아웃 거래는 진행 과정에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리소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지혜롭게 활용하는 시장 참여자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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