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비소세포폐암과 방광암 등을 치료하기위한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후보물질 2종을 공개했다. 현재 동물실험 단계(전임상)에서 기존 치료제를 넘어서는 우수한 효능을 확인해 내년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하고 임상 1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대표가 연구개발(R&D)를 총괄해 나온 첫 성과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 중심의 셀트리온이 본격적인 신약개발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T-P70은 비소세포폐암(NSCLC) 등 고형암을 대상으로 하는 ADC 치료제로, 암세포에서 활성화되면 종양의 성장을 유발하는 ‘cMET’를 표적으로 삼는다. cMET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은 연간 25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며 치료제 시장은 6조6000억원 규모로 매년 23.9% 성장하고 있다. CT-P70은 시험관 및 생체 내 cMET 발현 폐암·위암에서 종양 억제에 효과를 보였으며, 독성 시험에서도 충분한 안전성을 확인했다. 특히, 기존 MMAE 페이로드(단백질 구조물인 ‘미세소관’을 표적 및 저해해 종양을 억제하는 세포독성항암제) 기반의 경쟁 ADC 약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이날 함께 공개된 CT-P71은 방광암을 비롯한 고형암 치료를 타깃으로 개발 중인 ADC 치료제로, 종양에서 관찰되는 넥틴-4(Nectin-4)을 표적으로 한다. CT-P71은 비임상 연구에서 방광암·유방암·폐암의 종양 억제에 효능을 나타냈고 독성시험에서 우수한 안전성을 보였다. 특히 기존 넥틴-4 표적 ADC에 비해 보다 개선된 치료 옵션의 가능성을 나타냈다.
셀트리온은 ADC 신규 파이프라인의 효능 및 안전성을 확인한 만큼, 빠른 시일 내 임상 시험에 돌입해 같은 기전의 치료제 중 가장 우수한 효과를 자랑하는 ‘베스트인클래스(계열내 최고)’ 신약 개발을 완료한다는 전략이다.
셀트리온에서 신약 연구개발(R&D)를 책임진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는 지난 9월 11일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4’에 서정진 회장과 함께 참여해 ADC 신약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다. 당시 서진석 대표는 “내년 ADC 3개, 이중항체 신약 1개에 대한 IND를 허가당국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삼중항체 두 개는 2026년 IND가 예정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내년은 5개 제품을 한꺼번에 출시하는 해”라며 “2030년까지 자가면역질환, 항암제 등 243조원 시장을 겨냥해 22개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20여 년간 축적한 항체 관련 R&D 기술과 자체 보유한 항체를 바탕으로 ADC뿐 아니라 다중항체 등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 신약 개발사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한 개발은 물론 자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도 적극 추진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확장할 예정이다.
ADC는 항체와 약물을 링커로 결합해 효과와 안전성을 높이는 치료접근법(모달리티)으로, 항암제 분야에서 특히 주목받으며 오는 2028년 관련 시장 규모가 280억 달러(약 36조 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ADC 분야에서 베스트인클래스 신약 개발을 통해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소하고 여러 종류의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그동안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전문적으로 개발해 임상, 허가, 판매까지 경험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신약 개발 기업으로 빠르게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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