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06일 17: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1500억원 규모의 ㈜한화 지분을 매각했다. 회사의 전략적 제휴 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주요 자산 처분을 이사회 결의 없이 진행한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보유 중이던 ㈜한화 지분 7.25%(543만6380주)를 한화에너지에 주당 2만7950원, 총 약 1520억원에 매각한다고 6일 밝혔다. 이 지분은 2022년 11월 고려아연이 ㈜한화와 자사주를 교환해 확보한 지분이다. 당시 고려아연은 주당 2만8850원에 ㈜한화 지분을 샀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고려아연은 약 49억원의 손해를 봤다.
고려아연은 이런 거래를 추진하면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 측은 회사의 주요 자산을 매각하는 데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건 문제라고 주장한다. 상법 393조에선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당시 ㈜한화와 전략적 사업제휴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자사주 교환을 한 만큼 이 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지분 매각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는 게 MBK 연합 측 주장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금액 기준(자산 총액의 5%)에 미치지 못해 이사회 결의가 필요 없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거래로 표면적 손해는 약 49억원이지만 한화에너지가 지난 7월 주당 3만원에 ㈜한화 공개매수를 진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잠재적 손해는 더 크다. 고려아연이 한화에너지가 진행한 공개매수에 응했다면 약 1631억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지난 7월에 지분을 팔았다면 111억원을 더 벌 수 있었다는 얘기다.
고려아연 측은 차입금 상환 등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이번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과의 전략적 협업 관계도 지분 매각과 상관없이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에너지는 책임 경영 강화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고려아연으로부터 ㈜한화 지분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이번 지분 매입을 3세 승계와 연관 지어 보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등 삼형제가 지분 100%를 나눠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확대하면 '오너 3세→한화에너지→㈜한화→그룹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 고려아연으로부터 ㈜한화 지분 매입이 마무리되면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 지분율은 14.9%에서 22.16%로 늘어난다.
한화그룹은 이번 거래와 상관없이 한화H2에너지 USA(4.8%), 한화임팩트(1.8%), ㈜한화(1.2%) 등이 보유한 지분은 계속 보유하며 사업협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한화그룹이 사실상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백기사임을 우회적으로 선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는 2022년 자사주 교환 당시 고려아연 지분 1.2%(23만8358주)를 주당 65만8000원에 샀다. 이날 고려아연 종가는 123만원으로 ㈜한화는 1363억원의 평가이익을 보고 있다.
박종관/김형규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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