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군당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학군사관(ROTC) 모집 경쟁률이 전년 대비 소폭 반등했기 때문이다. 2015년 4.8 대 1에 달한 경쟁률은 8년째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 1.6 대 1로 떨어졌다. 끝이 보이지 않던 ROTC 지원자 감소는 올해 지원 경쟁률이 2.1 대 1로 오르며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위기감을 느끼고 홍보 총력전을 펼친 결과로 임시 땜질에 불과하다”며 “근본 대책이 없으면 ROTC제도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5일 3선 중진 의원인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이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를 방문했다. 갈수록 떨어지는 ROTC 지원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현대 전쟁의 새 양상인 ‘드론 전쟁’에 대응할 군 간부 교육체계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학생군사학교는 전국 ROTC 후보생들이 방학기간에 훈련받는 교육기관이다. 성 위원장은 “모든 개혁의 핵심은 사람”이라며 “초급장교인 소위 계급을 70% 넘게 배출하는 ROTC 제도가 무너지면 군 안보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ROTC 제도는 4년제 대학 3·4학년을 간부 후보생으로 발탁해 방학 중 기초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시키는 제도다. 복무기간이 2년4개월로 다른 장교 양성 과정에 비해 짧고, 2011년까지는 현역병 복무기간(2년)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각 기업은 ‘소대장 리더십’을 갖춘 전역 중위를 우대 채용하기도 했다.
성 위원장은 ROTC 23기로 1985년 소위로 임관해 백골부대로 불리는 육군 제3보병사단에서 소대장 생활을 했다. 그는 “최전방 감시초소(GP)에서 월북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며 “젊은 나이에 많은 병사를 통솔한 리더십이 지금의 정치활동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2018년 병사 복무기간이 18개월로 크게 줄면서 ROTC 제도에 위기가 닥쳤다. 다수 기업도 양성평등 이슈 등의 이유로 장교 특채 및 채용 우대를 포기했다. 요즘은 3학년 후보생 발탁과 동시에 1인당 단기복무 장려금 1200만원을 일시금으로 주고, 일부는 미국에 단기 해외연수를 보내준다. 각 대학도 ROTC 후보생에게 주는 자체 장학금을 늘리는 등 제도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김동호 육군학생군사학교장(육군 소장)은 “우리(군)는 오랜 기간 사회 환경의 변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가치관 등의 변화를 충분히 읽지 못했다”며 “오래전부터 (ROTC 지원율 감소) 징후가 있었지만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위기감과 절박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해결책으로 성 위원장은 단기복무 장려금과 월 생활비(18만원) 등을 현재보다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역병과의 복무기간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28개월인 ROTC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할 필요가 있다”며 “여야 이견이 없는 사안인 만큼 군당국이 주저해선 안 된다”고 했다.
괴산=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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