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47민사부(판사 이오영)는 SH가 지난해 5월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했다. SH는 2015년 ‘서울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시행사로 선정돼 고덕·상일·강일동 일대 약 166만㎡ 부지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SH는 이 과정에서 서울시 소유 땅 약 11만3000㎡를 수용했다. 도로, 하천, 답 등이 포함됐고 2019년께 보상비로 약 280억원을 지급했다.
쟁점은 이 중 3만1896㎡ 규모인 136억원어치의 땅이 도로 하천 등 공공시설인지 여부였다. 서류상 도로 하천 등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65조에 따라 국유지로 분류해 각종 개발 사업에서 무상으로 양도·양수한다. 이후 시행사가 새롭게 도로 하천 등을 건설하면 해당 시설물과 토지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공공기여)한다.
서울시는 문제가 된 땅이 공부(토지대장이나 등기부등본)상으로만 도로로 분류됐을 뿐 실제 도로 구역의 결정·고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천도 마찬가지로 실제 활용도를 고려하면 공공시설이 아니었다는 게 시 측 논리다. 반면 SH는 문제의 땅이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주인이 없는 국공유지였기 때문에 돈을 내고 수용할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SH의 손을 들어줬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시설로 기능하지 못했더라도 대상 부지가 국유재산으로 관리됐다면 사업시행자가 무상으로 수용하는 게 맞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해당 부지가 1914년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지적원도 상 ‘도로’와 ‘천’으로 표시된 부분과 비슷하고 근처 다른 토지와 달리 지번이 부여되지 않았던 점에 미뤄볼 때 도로와 하천으로 구분된다”며 “조선총독부 소관이었다가 1945년 8월 정부 수립과 동시에 국유재산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일단 예비비로 136억원과 이자 약 22억원을 SH에 돌려준 상태다. 시 관계자는 “여섯 차례 협의를 통해 유상 매각 대상지를 정했는데도 SH가 사후적으로 법적 다툼을 시작해 기관 간 신뢰가 무너졌다”고 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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