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총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결정으로 시민사회단체 등 야권 지지층의 반발이 커지자 상법 개정을 더 세게 주장하며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의석수를 앞세운 강행 처리도 시사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켜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넓히면 이사회가 핵심 사업을 물적 분할해 상장하는 식의 의사결정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 분할이 대표적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물적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세운 뒤 상장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LG화학 소액주주들은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두산그룹 사업 재편 과정에서 합병비율 산정 논란이 있었다.
민주당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전자주주총회와 독립이사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 안에 반드시 상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은 “TF가 만든 법안을 정책위가 최종 검토하고, 의원총회에 부의해 당론으로 채택하겠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상법 개정에 반대하면 단독 처리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반드시 관철할 의지가 있고 분명한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상법 전문가들은 회사와의 계약에 의해 권한을 위임받은 이사에게 “주주에게도 충실하라”고 하는 건 법 체계상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TF 소속인 박균택 의원은 ‘이사는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소위 ‘노력의무’를 담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TF도 박 의원안을 기본 골격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 의원은 이날 “노력의무는 고려 대상이 전혀 아니다”고 했지만, 향후 민주당이 정부·여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노력의무를 수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내에서도 법리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투세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이 당내에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정상원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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