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고려아연의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었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추진 경위와 주관사의 기업 실사 경과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정정을 요구한 것이다. 유상증자에 제동이 걸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고려아연이 갖고 있던 ㈜한화 지분을 한화에너지에 넘겨 유동성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제출된 고려아연의 증권신고서가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등에 해당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6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는 효력이 정지됐다. 고려아연이 3개월 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유상증자 계획을 자진 철회한 것으로 간주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상증자 추진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실사 경과, 청약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한 부분을 확인했다”며 “투자 판단을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정정요구를 통해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유상증자를 예정하고 있었음에도 공개매수 당시 “재무구조 변경 계획이 없다”고 공시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투자자는 핵심 정보를 알지 못한 채 공개매수 응찰 여부를 판단해야 했기에 부정거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를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로 보고 조사 중이다.
고려아연으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유상증자가 늦어지거나 최악의 경우 전면 철회해야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내년 정기총회를 위해선 올해 안에 유상증자 작업이 끝나야 한다. 새로 발행되는 주식이 의결권을 가지려면 올해 안에 확정되는 주주명부에 포함돼야 해서다. 고려아연이 진행 중인 유상증자의 신주는 다음달 18일 상장될 예정이었다. 금감원은 앞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계획과 관련해 두 차례에 걸친 정정신고서를 요구해 이를 철회시킨 바 있다. 두산그룹은 정정신고서 제출 과정에서 사업구조 재편이 예정보다 두 달 정도 미뤄졌다.
고려아연은 금감원 정정 요구를 충분히 검토한 뒤 유상증자 철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달 중 이사회를 열고 최종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시장과 투자자의 우려에 대해 경청하고 이를 수용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모든 판단을 열어두고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 상환을 위해 현금 마련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이날 보유하고 있던 ㈜한화 지분 7.25%를 한화에너지에 1520억원에 넘겼다. ㈜한화가 2022년 11월 주식 맞교환을 통해 고려아연에 넘긴 지분을 한화에너지가 되사는 것이다. 업계에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 중인 최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또 호주 자회사 아크에너지에 빌려준 자금 3900억원도 조기에 상환받기로 했다.
박종관/김우섭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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