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당일까지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던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유로운 당선이 확실시되자 ‘여론조사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1%포인트 안팎의 초접전을 예측한 여론조사와 달리 큰 표 차가 났다. 특히 지난 두 번의 대선과 마찬가지로 상당수 여론조사가 ‘샤이 트럼프’(숨은 트럼프 지지자)를 잡아내지 못해 신뢰도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른 경합주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선거인단 16명이 걸려 있는 조지아주는 지난 1일 나온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48%)이 트럼프 전 대통령(46%)을 2%포인트 차이로 앞섰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트럼프 전 대통령이 51% 득표율로 승리를 확정 지었다. 네바다의 경우 같은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49%)이 트럼프 전 대통령(46%)을 앞섰지만 개표율 93%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이 51.5% 득표해 당선이 유력하다.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 간 차이는 전국 단위에서도 크게 나타났다. 이번 대선 기간 해리스 부통령은 전국 지지율 단위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1.2%포인트(최근 여론조사 평균) 앞섰다. 하지만 실제 선거 결과 오전 5시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0%의 득표율로 해리스 부통령(47.5%)을 3.5%포인트 앞섰다. 선거 당일인 5일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대선 결과 예측 모델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56%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13%포인트 높다는 예측을 내놨다.
이번 대선은 과거와 비교해 특정 인종의 쏠림 현상이 약화한 것도 여론조사 정확도를 떨어뜨린 원인으로 꼽힌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대거 이탈한 젊은 흑인 남성이 대표적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0년 대선 당시 전체 흑인의 92%가 당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이번 대선에선 젊은 흑인 남성 상당수가 샤이 트럼프로 돌아섰다. 특히 선거 후반부로 갈수록 성별 간 대결 양상이 심해지며 과거 민주당의 ‘충성 지지층’으로 꼽히던 흑인·라틴계 등 유색인종 남성 상당수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거 전문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의 스콧 트랜터 데이터 과학 책임자는 “라틴계와 흑인 유권자가 트럼프에게 옮겨가는 등 과거 트렌드를 깨는 일부 전개가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의 차이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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