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현실화 땐 韓수출 최대 448억弗 감소"

입력 2024-11-06 17:58   수정 2024-11-07 02:04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통상 당국이 국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며 대응 태세에 들어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수세에 몰렸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꼼꼼하게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대응전략 마련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밤샘 근무에 들어갔다. 산업부는 올초 대선 후보별 당선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지난 3월에는 ‘미 대선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선거 동향을 모니터링해 왔다. 약 2주 전부터는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KOTRA 등 경제단체, 자동차 반도체 철강 배터리 등 미국 투자가 활발한 업종의 협회와 릴레이 점검 회의를 했다.

통상당국이 대응 마련을 서두른 것은 트럼프 1기(2017~2020년) 때의 실수를 반복하기 않기 위해서다. 2017년 집권과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과 전례 없는 통상 수단을 동원해 동맹국을 압박했다.

출범 반년 만인 7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한국 정부에 공식 요구한 이후 한국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시작됐다. 2018년 1월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산 대형 가정용 세탁기와 태양광 셀·모듈 등에 대해 수입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도 발동했다. 그해 3월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모든 국가에서 수입하는 철강재에 25%의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노선을 고수하던 우리나라는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라는 새 통상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도체·車·기계 통상 압박 우려
‘트럼프 2기’를 앞둔 현재의 통상 환경은 트럼프 1기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미 무역흑자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정부 마지막 해인 2020년 166억달러이던 대미 무역흑자는 2023년 444억달러로 2.7배 늘었다. 올해는 500억달러에 근접하며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자신에게도 마지막 대통령 임기이기 때문에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줄 수 있다”며 “통상 압박의 강도가 더 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관세(10~20%포인트) 등 관세 공약이 실제 적용될 경우 한국의 수출액은 222억~448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과 체결국에 보편적 기본관세를 10~20%포인트 부과하고 중국에는 25%포인트 추가 부과하는 등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반도체와 자동차, 일반기계 업종의 수출이 특히 많이 늘었다”며 “이런 산업의 통상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2019년 153억달러에서 지난해 316억달러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통상 현안 관리가 가장 중요”
통상당국은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처럼 미국 압박에 대해 선제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며 우리가 먼저 통상 현안을 거론하는 식으로 공세의 빌미를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2018년 한·미 FTA 재협상 당시 우리 측 수석 대표였던 유명희 전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은 “지난 8년간 미국의 통상정책은 집권정당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대중 견제 강화를 중시하고 있다”며 “미국이 제기하는 문제에 즉각 대응하되 우리가 먼저 문제를 만들지 않는 방식으로 현안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영효/황정환/이슬기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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