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美 당선자와 빠른 시일 내 소통…완벽한 한미안보 구축"

입력 2024-11-06 17:49   수정 2024-11-06 17:50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사실상 당선되면서 한국을 둘러싼 외교안보 지형도 급변할 전망이다. 트럼프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등 미국의 외교 전략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최근 한·미 정부가 타결한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개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대통령실은 이날 “워싱턴 신(新)행정부와 완벽한 한·미 안보 태세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안보 흔들림 없도록 할 것”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면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 당선인 간에 소통의 기회가 이른 시일 안에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러시아 파병으로 우리 안보에 위협을 증강하려 하고 있다”며 “정부는 안보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도록 워싱턴 신행정부와 완벽한 한·미 안보 태세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시 한·미동맹 변화 가능성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내 조야 및 여야 의원이 방한해 우리 대통령·안보 라인에 한·미동맹을 계속 존중하고, 글로벌 차원에서 발전시켜 나가야겠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후보 당선 시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기조 변경 가능성에 대해선 “여러 변수가 있고 내년 2월 이후 미국이 어떻게 하는데, 한국이 어떻게 할지 대답하기는 어렵다”며 “분명한 건 북한의 참전이 우리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는 것이고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미·일 정상회담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는 뜻도 재차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별도로 연내에 한 번 더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우리 대통령도 확고하고, 일본도 동의하고 있다”며 “다만 선거 결과가 나온 뒤에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다음달 미국 하와이나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서부 해안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확장억제 공약 흔들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후보의 재집권 이후에도 한·미동맹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對) 중국 견제와 미국의 역내 리더십 유지를 위한 한·미 간 안보·경제·기술 협력의 중요성은 트럼프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거나 한반도 종전 선언 등의 이벤트를 펼치면 우리 안보에 심대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양 위원은 “미·북 정상회담이 추진되더라도 한국이 배제되지 않고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진행될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취임 후 주한미군 철수 위협과 맞물린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한·미는 지난달 초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하는 내용의 협정을 타결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지난달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대담에서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달러(약 13조6000억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타결한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의 9배에 달하는 액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방위비를 올려줘야 할 개연성이 높지만, (해리스보다) 거래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며 “방위비 인상과 연동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 요구를 교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한·미가 ‘워싱턴선언’을 통해 발표한 핵협의그룹(NCG) 및 확장억제 공약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워싱턴선언에서 언급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에 있어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비용 부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김동현/양길성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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