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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 3대 주가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트레이드'의 영향으로 철강·은행·석유주가 급등한 반면 해운·신재생에너지 관련주는 쓴맛을 봤다.
관세 인상에 '美 철강주' 순풍
이날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2.53% 상승한 5929.04, 다우지수는 3.57% 오른 43729.93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도 2.95% 뛴 18983.46으로 마감했다. 세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 지수는 5.84% 뛰었다.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 데는 대선 불확실성 해소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및 규제완화 정책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솔리타 마르첼리 UBS 미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강력한 미국 국내 성장 예상, 기업 인수합병(M&A) 활동 증가, 세금 감면 연장, 법인세 인하 등에 대한 희망이 미국 주식 상승세를 이끌었다"라며 "선거 결과가 명확해진 것도 촉매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영역별로는 △미국 철강 △은행 △석유 주가 트럼프 당선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반면 △해운 △신재생에너지 관련 주는 급락했다.
이날 다우존스 철강 지수는 13.68% 급등했다. 지수에 포함된 US스틸(8.27%) 뉴코어코퍼레이션(15.96%) 스틸다이내믹스(13.76%) 릴라이언스스틸애알루미늄(11.87%) 등 미국 국내 철강회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정책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올해 중국 수요 약화로 부진했던 이 지수는 6개월만에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필 깁스 키베인캐피털마켓 철강 애널리스트는 "관세든 정책이든 철강에 대한 인플레이션 예상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추진 '바젤3' 철회되나… 은행주도 순풍
골드만삭스(13.1%) 모건스탠리(11.68%) 웰스파고(13.11%) JP모간체이스(11.54%) 뱅크오브아메리카(8.43%) 등 은행주들도 트럼프발 상승세에 올라탔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 바이든 행정부보다 은행 감독에 훨씬 더 부드럽게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는 믿음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시장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하려 했던 금융자본 건전화 규제인 '바젤3' 규제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발표된 바젤3 최종안에 따르면 자산 1000억달러 이상 은행들은 자기자본을 평균 16% 늘려야 한다. 네이슨 딘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재선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젤3 은행 자본 규제 강화를 막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2026~2027년 완화된 수정안이 완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임기) 초기에는 관련 작업은 중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따른 M&A 시장 활성화도 은행주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기후변화를 "사기극"이라고 말하고 원유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이 확정되면서 석유회사들도 쾌재를 불렀다. 필립스66(4.97%) 다이아몬드백에너지(4.55%) 세브론(2.81%) 엑슨모빌(1.71%) 등이 상승세를 탔다. 벤 케이힐 텍사스대 에너지 시장·정책 담당 이사는 "트럼프 당선이 화석 연료의 긴 길을 만들어냈다"라며 "석유 산업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느꼈던) 큰 부담을 덜었다"고 했다.
민간 교도소 관리회사 지오그룹의 주가는 하루만에 42.1% 폭등하며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오그룹은 연방정부나 주정부 위탁을 받아 교도소를 관리하는 업체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할 때도 '트럼프 수혜주'로 거론됐다. 당국이 불법 이민자 단속을 강화할 경우 수용 시설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IRA는 녹색사기" 친환경주 직격타
해운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소식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종으로 꼽힌다. 중국산 물품에 대한 60% 관세와 보편관세 10%포인트 인상 정책이 실현될 경우 국제무역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덴마크 해운사 AP몰러-머스크는 6.37%, 독일 하팍그로이드 주가는 9.96% 떨어졌다. 노르웨이 투자사 ABG순달콜리어의 페터 하우겐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중국 간 본격적인 무역 전쟁으로 운송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매도를 촉진했다"고 진단했다.최근 중국산 전기차의 부상에 부진한 독일 자동차기업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에 폭스바겐그룹 주가는 4.27%, BMW 주가는 6.58% 하락했다.
친환경에너지 기업은 석유업계와 정반대 운명을 맞았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발전개발사인 덴마크 오스테드 주가는 12.79%, 터빈 제조업체 베스타스는 12.82% 떨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 지난 7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친환경에너지 분야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녹색사기"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될 경우 IRA를 페기하겠다고 공언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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