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닻을 올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첫날부터 정쟁의 장이 됐다. 예결위는 정부가 제출한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지만, 야당 의원은 대체로 예산 관련 질의보단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데 공을 들였다. 국민의힘에선 "예산 질의가 이렇게 없는 것은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예결위는 이날 국회에서 전체 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종합 정책 질의를 진행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을 비롯한 국무위원 대부분이 회의에 참석했다.
야당은 이날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질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질의자로 나선 야당 의원 가운데 안도걸 민주당 의원과 김영환 민주당 의원 등을 제외하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제대로 된 예산 관련 질의가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분으로 책정된 질의에서 한 총리와 윤 대통령의 기자간담회를 두고 설전을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요했다. 신 의원은 "윤 대통령이 오늘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 국민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기회를 잃었다"고 쏘아붙였다. 다만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은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사과를 하셨다는 건 인정을 하시라"고 응수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박 장관에게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가 되면 헌법에 반하는 거냐"고 물었다. 이에 박 장관은 "특검법의 국회 의결, 통과 자체는 위법이 아니지만 그 전에 특검법에 위헌적인 요소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답했다. 문금주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약속한 공약을 지키려면 1000조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고 했고, 한 총리는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에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에 TK(대구·경북) 출신이 대거 배치되면서 예산실을 대통령실이 관리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전체 예산실 직원들의 고등학교 통계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이에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일선에서 실무를 보는 공직자에게 출신 지역까지 전부 다 제출하라고 얘기하는 건 전형적인 지역 갈라치기"라고 지적했다.
예결위 현안과는 큰 관련이 없는 발언도 있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장관 인사청문회, 국정감사에서 일본의 침략을 옹호하며 대한민국 국민을 일본의 국적의 자손이라고 주장했다"며 "김 장관에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국무위원의 자격이 없으니 회의장 퇴장을 요청한다"고 했다.
여당은 이에 맞서 야당이 불필요한 정쟁을 멈추고 정부 예산안 심의에 집중하자고 했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예결위는 예결위를 좀 했으면 좋겠다. 국회가 상임위원회를 나누고 있는 것은 각자의 소관이 있기 때문"이라며 "어느 정도 균형, 선이 있어야지 국무위원을 다 불러놓고 예산에 대한 얘기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 대해서 위원장님께서 견제해달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 박정 예결위원장은 "오늘은 종합정책이기 때문에 관례상 예산에 대해 질의도 하지만 정부가 국정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예산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위원들이 잘못 질문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위원님들께도 균형을 잘 잡아서 질의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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