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갤럽도 12년 후 ‘루스벨트의 함정’에 빠져 홍역을 치렀다. 루스벨트 급사 후 치러진 1948년 대선에서 루스벨트를 승계한 해리 트루먼 당시 부통령의 참패를 점쳤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와 달리 선거일에 루스벨트 지지세가 트루먼 표로 고스란히 이어지리라고 생각지 못해서였다.
이런 역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출현에 맞춰 반복되고 있다. 2016년과 2020년에 이어 올해까지 트럼프가 출마한 대선마다 미국 여론조사 업체들은 체면을 구겼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이긴다던 2016년 대선은 트럼프 당선으로 끝났고, 트럼프가 완패한다던 2020년 대선은 끝까지 접전이었다. 이번 대선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경합주에서 승리할 것이란 조사를 뒤엎고 트럼프의 전승으로 막을 내렸다. 시골 출신 공화당원들이 여론조사를 꺼리고 ‘샤이 트럼프’ 정도가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해리스 같은 유색인종 후보는 여론조사보다 실제 득표율이 낮다는 이른바 ‘브래들리 효과’로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가장 큰 이유로 독특한 미국 대선 방식을 꼽는다. 여론조사는 미국 전역의 평균적 의견을 반영하는데 미국 대선은 경합주 유권자들의 1~2%포인트 표차로 결정나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매번 조사 방식을 개선하지만 트럼프 출현 이후 미국 대선 여론조사의 성적표는 일기예보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샤이 트럼프도 없고 미국에 비해 선거 방식이 단순한 한국에서도 여론조사가 자주 틀리는데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정인설 논설위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