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구속 수사가 늘어나면서 전국 교정시설이 ‘포화 상태’에 빠졌다. 전국 교정시설에 수용된 수감자가 올해 들어 6만 명을 넘어서며 IMF 외환위기 당시 수준으로 치솟았다. 과밀 수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우려와 함께 수용자 1인당 연간 3000만원이 넘는 관리비용이 투입되면서 국민 세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MF 이후 최대 수용 인원
7일 법무부에 따르면 11월 기준 전국 54개 교정시설의 하루평균 수용 인원은 6만32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수용 정원(5만250명)보다 1만3000명가량 초과한 수치다.하루평균 수용 인원은 교정시설의 과밀 정도를 판단하고 각종 교정 정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되는 핵심 지표다. 신축 교정시설의 평균 수용 인원이 500명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과밀 해소를 위해선 26개 시설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1000명 규모 교정시설 기준으로는 13개, 1500명 규모 교정시설은 8.8개를 더 지어야 한다.
하루평균 수용 인원이 6만 명을 넘어선 것은 2002년(6만1084명) 이후 22년 만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6만808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02년까지 여파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경제 여건이 서서히 안정됨과 동시에 검찰의 불구속 수사 확대, 영장실질심사제 강화 등으로 하루평균 수용 인원은 4만~5만 명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수감자가 급증하며 단숨에 6만 명대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의 구속 수사 선호 △법정구속률 상승 △제한적 가석방 시행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체 사건 접수 대비 구속영장 청구율은 2020년 1.1%, 2021년 1.6%, 2022년 1.5%, 2023년 1.7%로 꾸준히 상승했다. 구속점유율(전체 사건 접수 인원 대비 구속영장 발부 인원 비율) 역시 같은 기간 0.9%, 1.3%, 1.2%, 1.4%로 높아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법의 정치화’가 초래한 중형주의 형사 정책 추진과 이런 취지에 따른 2010년 형법 개정으로 인한 유기형 상한 인상에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범죄로부터 사회 안전을 높이는 대신 범죄자들이 적정 수용 인원을 초과해 수용되는 과밀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권위, 과밀 수용 금지 규정 권고
이런 가운데 교정시설 신·증축은 더뎌 초과밀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하루평균 수용 인원/수용 정원)은 11월 기준 125.9%에 달했다.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 126명이 수감돼 있다는 의미다. 2021년 106.9%, 2022년 104.3%, 2023년 113.3%에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수용 정원이 가장 많은 서울구치소는 152.6%에 달한다.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월 법무부 장관에게 교정시설의 1인당 적정 수용 면적을 법령에 규정하고 원칙적으로 과밀 수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교정시설 과밀 수용은 위생·의료 악화, 교정사고 유발 등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교정시설 과밀 수용은 국민 세금 부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수용자 1명이 늘어날 때마다 직접 경비(급식비 피복비 의료비 생필품비 등) 279만463원, 간접경비(교정공무원 인건비, 수용자 관리, 시설 개선 등) 2791만7381원 등 연간 3070만7844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과밀 수용으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배상을 요구한 수감자에게 법원 판결을 통해 지급된 배상금도 약 4000만원(2022년 7월 14일 대법원 판결 이후 누적치)에 이른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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