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참패하자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의 패배를 보도하며 “미국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유색인종 이민자 2세인 해리스가 미국 정부가 부패했다고 주장하는 78세 범죄자이자 전 리얼리티TV 스타에게 밀려났다”고 전했다. 해리스 선거 캠프 안팎에선 민주당이 고학력·고소득 좌파 엘리트 정당으로 전락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라틴계 미국인 단체 유니도스유에스의 클라리사 마르티네스 카스트로 부회장은 “공화당이 경제문제에 대한 유권자와의 소통에서 민주당을 앞섰다”며 “이번 대선은 경제에 관한 국민투표였고, 히스패닉 유권자에게 경제는 늘 최우선 이슈”라고 말했다.
‘민주당 텃밭’이라고 여긴 18~29세 젊은 유권자의 표심도 상당 부분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0년 36%에 불과했던 트럼프 지지율이 이번에는 42%까지 올라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와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오프라인 커뮤니티 센터 대신 팟캐스트와 SNS를 적극 활용하고 인플루언서, 힙합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전략을 사용한 것이 들어맞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비난에 몰두한 것도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53%와 흑인 유권자의 35%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 중 불쾌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당선인의 막말이 수년간 반복되면서 유권자들이 이에 무뎌졌다는 것이다. 오히려 흑인 유권자의 17%와 히스패닉 유권자의 41%는 해리스보다 트럼프가 ‘재미있는 사람’이라며 호감이 있다고 응답했다.
히스패닉 비중이 높은 뉴욕 브롱크스 지역구의 리치 토레스 민주당 의원은 NYT에 “민주당이 점점 더 대학을 나온 극좌파의 포로가 돼 노동 계층 유권자와의 소통이 단절될 위기”라고 말했다. 마이클 허시 포린폴리시 칼럼니스트는 “PC(정치적 올바름)주의 또는 ‘깨어 있는’(woke) 이슈가 민주당을 장악한 것은 해리스에겐 재앙이었다”며 “공립학교의 트랜스젠더 운동선수 허용 논란 등으로 너무 많은 지지세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이현일/임다연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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