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속을 뜯어 보면 성공이라고만 하기엔 조금 아쉽다. ‘한산’(726만 명)과 ‘노량’(467만 명)의 관객 수를 합쳐도 ‘명량’(1761만 명)에 한참 못 미쳐서다. 심지어 ‘노량’은 손익분기점(BEP)도 못 넘었다. 구국의 영웅이라는 소재, 화려한 캐스팅 등 흥행 보증수표를 두둑하게 들고도 결과가 아쉬운 배경엔 개봉 시기가 있다. ‘명량’이 한국영화가 가장 신바람 났던 2010년대를 수놓은 작품이라면, 다른 두 작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과 관객이 단절된 시기에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영화 활력충전 토크콘서트’에서 영화인들이 앞다퉈 “영화산업은 붕괴된 상황”이라고 밝힌 건 이런 맥락에서다. 팬데믹을 겪은 지 4년이 지났지만, 영화시장은 회복은커녕 악화일로다. 극장 대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찾는 게 당연해졌고, 투자 경색으로 연간 70여 편에 달하던 제작 편수는 20여 편으로 뚝 떨어졌다. 지금 영화계는 감독부터 작가, 배우, 스태프까지 비자발적 이직과 전업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다.
돌아보면 대중문화 개방, 스크린쿼터제 축소 등 한국영화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다만 영화인들은 작금의 위기는 과거와 구분돼야 할 정도로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영화 관련 예산이 삭감된 데 거세게 반발하고, 정부 차원의 공적자금 투입이 꼭 필요하다고 한 뜻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하지만 당위가 결과로 이어지려면 그사이에 설득과 논리가 있어야 한다. “한국영화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해 보이나, 왜 그래야만 하는지를 따진다면 마냥 수긍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산업과 예술 장르 중 ‘활력 잃은 현장’은 비단 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영화 티켓이 비싸다”는 대배우의 한마디에 맞장구 대신 나온 “‘억대 몸값’ 출연료부터 문제”라는 볼멘소리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비판이다.
이순신 3부작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은 국회 토론장에서 “2000억~3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영화 시장에 투입해야 한다”며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프랑스 누벨바그, 영국 프리 시네마 등 여러 영화사적 운동들이 돌고 돌아 지금은 한국이 K콘텐츠란 이름으로 문화 주도권을 잡았는데, 놓치면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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