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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에 복귀하게 되면서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과거 집권 때보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면서 적대국뿐 아니라 미국과 동맹 관계인 국가까지도 거래 중심의 새로운 외교 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시름 깊어진 유럽·중국
6일(현지시간)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유럽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보편관세 때문이다. 그는 수입 상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공약을 보면 글로벌 무역전쟁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보다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와 관련, 루이스 데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관세와 무역장벽,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경제에 해롭다”며 신규 관세가 무역전쟁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관세를 부과하면 상대방이 보복하고 이는 인플레이션과 관세의 악순환을 초래해 최악의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하는 결정이 그 어떤 종류의 무역전쟁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무역전쟁의 중심에 서 있는 중국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역 불균형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이 같은 선거 공약이 현실화하면 중국의 수출은 약 8% 감소할 수 있다. 맥쿼리그룹은 이런 조치가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2%포인트 하락시킬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정부는 관세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경기 부양책 규모를 더 확대해야 한다.
중국 매체들은 선거 결과 발표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하 인사가 별도로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7일 시 주석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 다만 통화에서 그는 “역사는 우리에게 중·미가 협력하면 모두에 이롭고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안정적이고 건전하며 지속 가능한 중·미 관계는 양국의 공동 이익과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긴장하는 멕시코·대만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대선 결과 확정 직후 국민에게 “걱정할 것이 전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멕시코에 “국경 지역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는다면 모든 제품에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포했다. 이 때문에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대선 결과 발표 직후 3.53% 급락하기도 했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2016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이민자 통제 우려 등으로 8.5% 폭락했다.대만은 대선 결과가 확정되자마자 국가안보 긴급회의를 열었다. 미국·중국을 포함한 3자 관계 영향 관련 대응책 마련에 나서기 위해서다. 이날 회의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과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와 ‘대만이 미국 반도체사업 100%를 가져갔다’는 발언 등을 토대로 미국·중국·대만 3자 관계 변화 가능성이 집중 논의됐다. 아울러 대만은 트럼프 당선인의 고율 관세가 중국 내 대만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대만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이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전망이다.
대미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 상무부와 미국 내 공장에 지원되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대출에 대한 구속력 있는 계약 협상을 마무리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반도체법(칩스법)에 따라 TSMC에 애리조나주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 66억달러와 저리 대출 50억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재집권할 경우 반도체법을 폐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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