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DNA 담은 미래車 디자인 만든다"

입력 2024-11-07 17:57   수정 2024-11-08 00:29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자리 잡은 현대자동차의 현대미국디자인센터에 들어가니 흰색 운동화, 회색 매니큐어, 분홍 고글, 주황 리모컨 등 알록달록한 소품들이 즐비해 있었다. 자동차와 관련이 없는 소품들에 대해 디자인센터 관계자는 “영감을 얻기 위해 수집한 소품”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미국디자인센터는 한국(남양)·유럽(독일)과 함께 현대차의 3대 디자인센터로, 몇 년 후 글로벌 자동차 디자인을 이끌 콘셉트카를 위주로 디자인을 내놓는 곳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프로젝트를 매년 5개 이상 수행하고 있다. 연면적 3만82㎡(약 9100평) 규모로 야외 품평장을 비롯해 실내 품평장, 클레이 모델을 작업할 수 있는 CNC 가공기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센터는 링컨의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MKX를 디자인해 이름을 알린 하학수 상무가 2022년부터 이끌고 있다. 하 센터장은 지난 5일 기자와 만나 “현대차에서 생산하는 모든 차종은 남양과 미국·유럽 디자인센터가 인도, 중국 등에 있는 기술센터와 긴밀히 협업해 만들어내고 있다”며 “신차를 개발할 때 각자 아이디어를 내고 경합하는 만큼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현대미국디자인센터의 전신은 1990년 파운틴밸리에 설립된 ‘현대 캘리포니아 스튜디오’다. 2003년 어바인으로 옮겼다. 다양한 국적의 50여 명 연구원이 차량 디자인 기획 단계부터 스타일링 개발, 모델 제작, 컬러·소재 개발 등 디자인 관련 통합 업무를 수행 중이다.

그동안 주로 콘셉트카 프로젝트를 도맡았다. 미국의 디자인센터가 양산차보다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더 잘 담아낼 수 있는 곳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1992년 이곳에서 제작한 현대차의 첫 번째 콘셉트카 ‘HCD-1’(사진)은 올해의 콘셉트카로 선정되며 미국 디자인센터의 존재감을 알렸다. HCD는 ‘현대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HCD-1은 티뷰론의 디자인 기반이 됐다. 1999년 디자인한 콘셉트카 ‘HCD-4’는 1세대 싼타페로 탄생해 글로벌 누적 판매 111만1062대를 기록하며 현대차의 대표 SUV가 됐다.

현대미국디자인센터가 양산차를 디자인하지 않는 건 아니다. 2009년 나온 6세대 YF 쏘나타가 대표작이다. YF 쏘나타는 쏘나타 시리즈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쏘나타의 최전성기를 이끈 차종이다. 스타리아와 싼타페, 코나 등 내장 디자인도 이곳에서 만들어진 아이디어다.

미래 디자인도 주도하고 있다. 2022년 개봉한 영화 ‘언차티드’에 등장한 투싼 비스트는 현대미국디자인센터가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해 디자인한 차량이다. 고성능 수소연료전기 콘셉트카 ‘2025 비전 GT’를 디자인했고, 현대차그룹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법인 슈퍼널의 제품도 주도하고 있다.

현대미국디자인센터는 미래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춰 현대차만의 디자인 경쟁력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 센터장은 “과거 현대차는 포드, BMW 등 글로벌 완성차의 다양한 디자인을 따라가는 ‘패스트팔로어’였다”며 “하지만 지금의 현대차는 예전 헤리티지를 재해석하면서 정체성을 찾아 디자인 리더십을 이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바인=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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