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트럼프 스타일은 속전속결…美 요구에 즉시 대응해야"

입력 2024-11-07 18:30   수정 2024-11-08 08:42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에는 더욱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빠른 속도로 몰아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미 무역적자 여부가 상대국과의 관계를 평가하는 우선 기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당시 한국 측 수석 대표를 맡았다. 50여 개에 달한 트럼프 행정부의 재협상 요구 사항을 5개까지 줄여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과 전략을 가장 잘 아는 통상 전문가로 꼽힌다.

▷트럼프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큰 차이는.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의 통상은 산업 정책의 보조 수단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통상은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핵심 정책이다.”

▷비슷한 점은 뭔가.

“트럼프 정부의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자신들의 정책을 ‘노동자 중심의 통상 정책(worker focused trade policy)’이라고 불렀다. 기업의 이윤 향상보다 미국 근로자 계층을 중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8년간 미국이 일관적으로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 대중 견제 강화를 밀어붙인 배경이다.”

▷트럼프 2기 정책이 더 셀 것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트럼프의 참모진과 공화당의 인재 지형이 바뀌었다. 트럼프 1기 때는 무분별한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남아 있었다. 지금은 트럼프 주변과 공화당에 관세를 최고의 해결책으로 믿는 인사들뿐이다.”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다.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과 전략을 알아야 한다. 1986년 마지막으로 썼던 무역확장법 232조(모든 수입 철강재에 25%의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방안)를 2017년 꺼내들었던 정부다.”

▷한·미는 FTA를 맺고 있는데.

“트럼프가 다른 나라와의 경제관계를 평가하는 기준은 무역적자다. 동맹국인지, FTA 체결국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FTA가 체결돼 있는데도 한국이 중국, 러시아와 함께 철강 관련 추가 관세 대상국에 지정된 적도 있다.”

▷트럼프 협상 전략과 스타일은 어떤가.

“예측하기 어려운 것들을 연계해 의외의 카드를 꺼내드는 전략을 쓴다. 멕시코와는 통상 협상을 하면서 느닷없이 불법 이민 문제를 연계했다. 이견이 발생했을 때 실무그룹 구성, 추가 검토 등의 시간 끌기는 안 통한다. ‘두 달 안에 합의가 안 되면 바로 조치를 취한다’는 식이다.”

▷또 다른 특징이 있는가.

“각자 이익만 고려한 선택이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유발하는 ‘죄수의 딜레마 전략’도 활용한다. 2017년 세계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할 때 한국 호주 등엔 두 달간 협상 기간을 줬다. 먼저 협상에 나서는 국가에 좀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상대국을 각개격파했다.”

▷한·미 FTA 재협상 우려도 많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한·미 FTA를 언급한 적이 없다. FTA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기보다 자동차 같은 특정 분야를 딱 집어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2017년 우리는 미국 요구에 최대한 빨리 응해 3개월 만에 협상을 타결지었다. 중간 선거 전에 트럼프 행정부에 ‘작은 승리’를 주고 실속을 차리는 게 낫다는 판단 결과였다. 시간을 끌었던 미국·캐나다·멕시코협정(USMCA)에서 멕시코는 훨씬 불리한 협상 결과를 받아들었다.”

▷이번에도 미국 속도에 맞춰야 하는가.

“미국 협상 페이스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상대의 요구에 즉시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틀을 깨는 연계 전략을 구상할 필요도 있다. 통상의 범위를 좁히지 말고, 자동차와 방산협력 등을 엮을 필요가 있다.”

▷대미 무역흑자에 대한 방어논리는.

“한국의 무역흑자가 미국에 어떤 플러스가 되는지 논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은 미국의 최우선 순위가 멕시코와 중국이란 것이다.”

정영효/황정환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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