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1997년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해 현지에 세운 스테인리스강 공장을 매각한다. 한국 연간 스테인리스강 생산량(200만t)의 절반이 넘는 11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시설이다. 중국 정부가 ‘철강 자립화’를 추진해 공급 과잉에 내몰리자 정리에 나선 것이다. ‘적자 사업 매각’을 공언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사업 재편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중국 합작법인인 장자강포항불수강(PZSS)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투자자 접촉에 나섰다. 이를 위해 국내 대형 회계법인 한 곳을 매각 주관사로 정했다. 매각 가격은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전체 지분 매각이 어려우면 50%만 판 뒤 공동 경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차이나는 이 회사 지분을 82.53% 들고 있다. 나머지는 중국 2위 철강회사인 사강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가 장자강포항불수강 매각에 나선 것은 지난해 영업적자 1698억원을 내는 등 수익성이 악화돼서다. 포스코 해외법인 38곳 가운데 가장 큰 손실을 냈다. 공급 과잉과 중국 경기 둔화로 건설 자재 등에 주로 쓰이는 스테인리스강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매각 결정을 내리는 데 한몫했다.
올 들어 9월까지 중국 43개 업체의 스테인리스강 생산량은 2821만t으로 소비량(2417만t)보다 15% 많았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중국 철강업체의 실력이 좋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장자강포항불수강이 밀리는 형국”이라며 “이런 상황을 역전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매각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은/차준호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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