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트랜시스 노조가 모기업 현대자동차·기아뿐 아니라 중소 협력사까지 죽이고 있습니다.”
손일호 경창산업 대표(현대트랜시스 협력회장)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파업으로 부도 위기에 놓인 협력사가 나올 정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변속기를 만드는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지난달 8일부터 한 달째 파업을 이어가면서 현대차·기아의 생산 라인이 멈춘 것은 물론 800여 개에 달하는 협력사마저 심각한 자금난에 내몰렸다.
손 대표는 “회사 창고에 납품해야 할 변속기용 기어 부품이 가득 쌓였다”며 “지난 한 달간 300억원 가까이 손해를 본 탓에 자금 사정이 크게 나빠졌다”고 하소연했다.
현대트랜시스 협력사 대표 및 임직원 300여 명이 전날 충남 서산시 예천동 호수공원에서 연 ‘현대트랜시스 노조 파업 중단 촉구 결의대회’에서도 경영난을 호소하는 협력사 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 협력업체 대표 A씨는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해 직원 월급과 공장 월세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며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자기만 살겠다고 협력업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일감이 사라진 중소 협력사 직원들도 파업 중단을 호소했다. 또 다른 협력사에 다니는 직원 B씨는 “파업이 더 길어지면 회사가 버티기 힘들 것 같아 불안하다”며 “협력업체 임직원을 생각해서라도 파업을 조속히 끝내달라”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1169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2300억원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한 달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회사 측은 최근 교섭에서 1인당 평균 2560만원 상당의 성과급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거부했다. 사측이 제시한 성과급은 모두 1075억원이다. 작년 영업이익의 92%에 달하는 규모다.
현대트랜시스는 현대차·기아 주요 차종에 들어가는 변속기를 연간 400만 개 이상 제조한다. 파업으로 변속기 재고가 떨어지면서 현대차는 최근 코나를 생산하는 울산공장 11라인을 세웠다. 제네시스 G90을 만드는 울산공장 51라인도 멈춰섰다. 노조가 예고한 대로 8일까지 파업을 이어가면 현대차·기아의 생산 차질 물량은 2만7000대, 액수로는 1조원대에 이른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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