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강력한 연대와 파트너십을 갖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및 오물풍선 도발에 대해 전해 듣고 “믿기지 않는다.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서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이야기하자”고 말했다고 윤 대통령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한·미·일 삼각 협력이 잘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통화 내용을 묻는 말에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지 먼저 얘기를 꺼냈다”며 “북한이 오물쓰레기 풍선을 7000번이나 보내고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등을 마구잡이로 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곧 만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일(내년 1월 20일) 전에 만남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윤 대통령이 이달 중순 남미에서 열리는 다자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미국에 들러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5∼16일 페루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8∼19일에는 브라질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각각 열릴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또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시절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어떻게 보면 너무나 큰 실망을 한 것”이라며 “금명간 북한의 핵기술과 역량이 어느 정도 변했는지 보고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보고를 받고 나면 양자로 하든 이시바 총리까지 셋이 하든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그때 더 의미 있는 내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점에 동의하고 있다.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원은 “한·미·일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세계에서 3분의 1 비중을 차지하고, 한국과 일본 모두 세계 군사력 10위에 들어갈 만큼 국력이 강하다”며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 대북정책 공조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공조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캠프데이비드에서 3국 협력체계를 갖춘 것은 바이든 정부의 업적이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트럼프 역시 3각 협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이 섣불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하지 않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협력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2기 행정부에서도 북한 비핵화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며 “과거에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밝힌 것은 선거용 성격이 강하고, 결국 북한이 핵과 관련해 상당한 양보를 하지 않으면 북·미 회담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단계적 무기 지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두진호 KIDA 국제전략연구실장은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서 한국에 대한 무기 지원 압박은 완화됐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은) 무기 지원 가능성만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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