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직업이든 실상은 겉보기와 다를 때가 많다. 사모펀드도 마찬가지다. 명품 정장을 입고 멋지게 꾸며진 사무실에 출근해 컴퓨터 화면 속 숫자를 분석하며 일할 것 같다. 그렇게만 해선 좋은 거래를 따올 수 없다. 기업 대표에게 ‘형님’ 하며 넙죽 엎드려야 하기도 하고, 몇 개월을 쫓아다니는 끈기도 있어야 한다.
기업을 인수해도 끝이 아니다. 남들 눈에도 좋아 보이는 기업은 비싸다. 남들이 잘 못 보는 장점을 찾아 기업을 인수해야 하는데, 그런 기업은 체질을 개선한 뒤 매각해야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상당한 수고가 필요하다.
사모펀드업계에서 오랫동안 구른 저자는 자기 경험과 노하우, 실패담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가 성장 정체에 빠진 기업을 인수한 일이 있었다. 창업주는 소수 지분을 유지한 채 뒤로 물러나기로 해서 젊고 유능한 대표를 외부에서 데려와 앉혔다. 그런데 창업주가 자꾸 회사 경영을 간섭해 곤욕을 치렀다. 저자는 이런 사례를 들며 회사를 고르는 기준에서 좋은 사업 모델보다 좋은 경영진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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