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호주 국가안보위원회(NSC)는 신규 호위함 사업에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모가미’와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의 ‘MEKO’를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NSC는 내년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호주 정부는 10년간 110억호주달러(약 10조원)를 들여 신형 호위함 11척을 도입한다. 2029년까지 3척을 인도받고 나머지 8척은 호주에서 건조하는 조건이다. 호주 호위함 사업은 국내 조선업체의 대규모 함정 수주 가능성을 살펴볼 가늠자란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당초 업계에선 국내 기업의 수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했다. 가격 측면에서 HD현대중공업의 충남급 호위함(척당 4000억원)과 한화오션의 대구급 호위함(척당 3400억원)이 MEKO(척당 7500억원), 모가미(척당 5200억원)보다 저렴해서다. 미쓰비시가 군함을 수출한 이력이 없다는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호주 정부는 호주 해군이 운영하는 호위함이 독일 군함을 기반으로 제작된 점과 미쓰비시 호위함에는 승조원이 25% 덜 탑승해도 된다는 점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갈등이 탈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기업은 한국 해군이 추진하는 7조8000억원 규모의 ‘차기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한 개 기업만 출전해 정부와 손발을 맞춰 밀착 수주전을 벌인 독일, 일본과 달리 화력이 분산됐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주 정부가 ‘왜 한국만 두 개 업체가 수주전에 뛰어들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이 4조원 규모의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과 70조원에 달하는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에도 각각 뛰어든 만큼 또다시 고배를 마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 모두 군함 일감이 바닥났다”며 “해외 수주전에서 또 밀리면 군함 건조 사업은 개점휴업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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