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의 내성이 생기면, 제품을 바꿔도 소용없습니다. 수년 동안 효과가 없을 수 있습니다.”
박제영 압구정 오라클피부과 대표원장은 지난 7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신경독소의 윤리적 사용을 위한 에스테틱 위원회(ASCEND)’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자간담회에 한국 대표 전문가로 참석했다.
ASCEND는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세계 전문가가 모인 다학제 기구이다. 보툴리눔 톡신 내성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학술적 논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간담회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보툴리눔 톡신 내성 탐구: 새로운 인사이트와 시사점’을 주제로 진행됐다.
보툴리눔 톡신은 치료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용 목적으로 적응증이 확대되고 있다. ASCEND 간담회에 참여한 각 국가의 전문가들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 보툴리눔 톡신의 ‘내성’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보툴리눔 톡신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시작하면 아예 시술을 중단해야 한다”며 “가장 위험한 건 환자가 의료진의 테크닉 때문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오해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 보툴리눔 톡신의 여러 브랜드를 계속 시술 받는 것”이라고 했다.
내성 가능성에 대해 기존에 시술을 받았던 의료진과 상담을 진행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효과가 없는 건 중화항체 형성으로 인해 내성이 생겼다는 의미”라면서 “항체가 줄어들 때까지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수년까지 보툴리눔 톡신 효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툴리눔 톡신의 항체는 ‘복합단백질’이 원인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신경독소와 복합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신경독소는 보툴리눔 톡신의 효능에 관여하는 반면 복합단백질은 효능과 무관한 불순물이다.
독일 면역학자 마이클 마틴(Michael Martin) 교수는 “예전에는 과학자들이 복합단백질이 보툴리눔 톡신의 신경독소를 보호한다고 믿었지만, 이제 이 학설이 잘못됐다고 밝혀졌다”며 “보툴리눔 톡신을 주입하면 신경독소와 복합단백질이 분리되고, 복합단백질이 면역원성을 일으키고 내성을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틴 교수는 중화항체 형성을 방지하기 위해 복합단백질이 없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권고했다. 국내에 출시된 보툴리눔 톡신 중 복합단백질이 없는 제품은 멀츠의 제오민과 메디톡신의 코어톡스가 있다. 그는 “중화항체가 지금 형성하지 않았다고 해도,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것”이라며 “애초에 복합단백질이 없는 순수 제형 제품을 사용해 항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노이=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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