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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정상들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에 대비해 유럽 안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7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우리 자녀들을 위해 유럽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유럽이 미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PC는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와 영국, 터키, 우크라이나 등 유럽 인근 국가들이 결성한 협력체다. 이번 회의에서는 유럽 방위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등 미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라며 "문제는 우리가 유럽의 이익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이며 이것이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안보를 영원히 미국에 위임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역시 "주된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때"라며 "이것은 경쟁력과 유럽의 방위력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미국이 유럽을 계속 보호해주기를 기다릴 수 없다"며 유럽의 독자적인 안보 책임을 강조했다. 오르반 총리는 트럼프와 친분이 깊은 유럽 지도자로,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드러났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어떤 회원국도 다가올 도전을 혼자 감당할 수 없다"며 단결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은 유럽에 큰 도전"이라며 방위비 지출, 철강 관세 등 과거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프랑스 등 EU 주요 회원국이 내부 문제로 인해 대외 정책에 소극적인 것도 유럽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로베르타 메솔라 유럽의회 의장은 "강한 유럽은 강한 독일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U 정상들은 8일 열리는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EU-미국 관계와 유럽 경쟁력 강화 방안을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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