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이 이슈로 떠올랐다. 정확히는 고교 무상교육에 드는 돈을 누가 부담하느냐가 논란이다. 지금은 정부가 47.5%, 교육청이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낸다. 2019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특례 규정이 신설되면서다. 올해 고교 무상교육에 투입된 정부 예산은 9439억원이었다. 이 돈은 학생들의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 운영지원비, 교과서비 등으로 쓰인다. 문제는 정부에 예산 지원 의무를 지운 특례 규정이 올해 12월 31일 일몰(법률 효력 상실)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2025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내년도 고교 무상교육비를 따로 편성하지 않았다. 그러자 시도교육청은 물론 야당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비를 기존처럼 정부가 지원해야 할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국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청 힘만으로는 고교 무상교육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교육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협의회에 따르면 교육청 예산 중 80%가량은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시설비 등 경직성 비용으로 빠져나간다. 반면 지출 측면에선 방과 후 학생들을 돌보는 늘봄학교,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등으로 학교의 부담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시도교육청이 그동안 쌓아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시도교육청은 교부금도 별로 여유가 없다고 항변한다. 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로 정해져 있다. 과거 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많이 걷힐 땐 교부금이 남아돌았다. 2022년 말엔 21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면서 적립금 규모도 줄었다. 올해 말 기준으론 7조원 정도로 줄고 내년 말쯤엔 소진될 것이란 게 협의회의 추산이다. 시도교육청은 학생 수 감소를 반영해 국비 지원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반박한다. 학생 수는 줄지만 학급 수는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8~2023년) 초중고 학생 수는 37만5220명 감소했지만 학급 수는 2018년 23만2277개에서 지난해 23만5535개로 늘었다. 교원 수도 이 기간 43만817명에서 44만497명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말 특례 조항이 일몰되더라도 무상교육이 폐지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무상교육은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률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인데, 학령인구 감소와 2025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감안할 때 시도교육청이 교부금으로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게다가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해놓고도 다 쓰지 못해 남은 불용액이 최근 5년간 매년 2조 안팎에 달한다. 이 돈을 고교 무상교육에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육청의 방만 예산도 논란이다. 돈이 남아돈다는 이유로 멀쩡한 학교 시설을 뜯어고치고 교사와 학생들에게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지급했다가 감사원 지적을 받은 교육청이 적지 않았다. 학생 1인당 20만~30만원의 입학 지원금을 주거나 지자체와 별개로 교육청이 교직원들에게 출산 지원금을 줘 문제가 된 교육청도 있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절충안을 냈다.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정부 지원을 3년 연장하되, 정부가 분담해야 할 몫을 2025학년도 15%, 2026학년도 10%, 2027학년도 5%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다.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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