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때처럼 할 것으로 예상하면 오산이다. 그는 했던 말을 모두 지킬 것이다.”(스티븐 본 전 무역대표부(USTR) 법무실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1월20일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폭풍처럼 정책 패키지를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1100만 불법이민자 구금·추방부
그의 정책 우선순위는 비교적 뚜렷하다. 그가 가장 먼저 손댈 부분은 이민자 추방과 국경 통제다. 지난해 폭스뉴스 생방송에 출연해 “취임 첫날을 제외하면 독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국경을 폐쇄하고 (석유) 시추를 하고 싶다”고 했다. 7일(현지시간) N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자 추방을 가장 첫손에 꼽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단호한 추방명령 추진은 유권자들에게 ‘한다면 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CNN방송은 “트럼프 측근 등에서 대규모 이민자 구금 및 추방작전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 국가안보통계청에 따르면 미국 내 불법(미등록) 이민자 인구는 약 1099만명(2022년 1월 기준)으로 추정된다. 약 4780만명 가량인 합법 체류자(2023년 기준, 귀화한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 합법적 비자 보유자 등)의 4분의 1 규모다.
“바이든 정부에서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받아들여서 부정선거를 도모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주장과 달리 이 수치가 최근 수년 새 크게 늘지는 않았다. 오히려 2010년(1160만명)에 비해 소폭 줄었다.
하지만 팍팍한 경제 현실에서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저소득층 근로자들에게는 이들의 존재가 큰 위협이다. 선거권을 가진 라틴계 이민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배경이기도 하다. 불법으로 들어와서 더 싼값에 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밥그릇을 빼앗긴다는 위기감이 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부 국경을 폐쇄하고, 불법으로 들어와서 일단 아이(‘앵커 베이비’)를 낳은 다음 그 가족들도 시민권을 취득하는 식으로 오용되고 있는 출생지 기준 시민권 제도도 종료하겠다고 했다. 다만 “출생지 기준 시민권 부여는 헌법상 권리(14조)여서 대통령 권한으로 이를 중단하면 향후 법적 분쟁 소지가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우크라전 종식, 바이든 정책 폐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관세율 대폭 상향, 바이든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규제를 되돌려 놓는 것도 그가 취임 첫날 쏟아낼 정책 목록에 포함돼 있다. 우크라이나전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차례 “취임 후 24시간 내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최소 20년간 연기하는 조건으로 무기 공급을 지속하는 방안과 현재 전선에서 전쟁을 동결하고 동부에 비무장 지대를 마련해서 유럽 국가들에게 일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게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연방 공무원의 해고를 쉽게 하는 ‘스케줄 F’ 계획도 다시 추진될 예정이다. 그는 앞서 여러 차례 ‘불량관료’를 내쫓고 ‘부패 행위자’를 일소하겠다고 했다. PBS방송은 “수천명의 연방 공무원을 ‘공무원 보호’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라며 “남아 있는 직원들도 칼날을 피하기 위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교육정책에도 대대적인 메스가 가해진다. 그는 연방교육부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각 주정부의 교육권한이 강력해지면 종교적 색채가 강한 교육 등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트랜스젠더 학생 보호 정책도 사라질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가 시행한 학자금대출 정책과 청정에너지 지원 정책도 한꺼번에 폐기 처분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등에 대한 고율관세 적용, 법인세율을 21%에서 15%로 떨어뜨리고 팁 및 사회보장 임금, 초과근무 임금에 대한 소득세 면세 등도 취임 초기에 곧바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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