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친구, 선수촌 직원으로 뽑아라"…체육회장 채용비리에 '발칵'

입력 2024-11-10 13:30   수정 2024-11-10 14:32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사진)이 임직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려 딸의 친구를 국가대표선수촌 직원으로 특혜 채용하도록 한 혐의가 파악됐다. 신발·선글라스 등 체육회 후원 물품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체육계와 관련 없는 지인들을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포함해 관광 특혜를 준 혐의도 드러났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10일 이런 내용의 대한체육회 비위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직원부정채용(업무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횡령) △체육회 예산 낭비(배임) 등의 비위 혐의가 확인돼 이 회장 등 관련자 8명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점검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22년 딸의 대학 친구인 A씨를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대표선수촌 직원으로 채용하도록 임직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A씨가 채용된 직위는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 관리를 맡는 자리다. 기존에는 △국가대표 경력 △2급 전문 스포츠지도사 자격 등 자격 요건이 있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선수촌 고위 간부 B씨에게 A씨의 이력서를 전달하고, 관련 담당자 B·C·D씨에게 자격 요건을 완화하도록 여러 차례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자격 요건을 완화하면 연봉을 낮춰야 한다'는 내부 보고를 묵살했고, 요건 완화를 반대하는 채용부서장도 교체했다.

그 결과 기존 요건이 모두 사라진 상태로 2022년 8월 채용 공고가 이뤄졌고, A씨가 최종 채용됐다.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B씨는 A씨에 대해 응시자 중 최고 점수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점검단은 A씨의 채용을 지시·관철한 이 회장과 관련자들을 대한체육회의 공정한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점검단은 국가대표선수촌 고위 간부 E씨가 이 회장의 승인 아래 한 스포츠 종목단체 회장(F)에게 선수 제공용 보양식과 경기복 구입 비용의 대납을 요청해 승낙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관련 진술에 따르면 F씨는 회장과 오랜 친분이 있는 사이로 올해 초 이 회장에게 파리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맡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F씨는 물품 비용 대납 의사를 표시한 이후 실제로 희망했던 직위를 맡았으며, 이후 물품 구매 비용 약 8000만원을 대납했다.

이 회장은 휴대폰, 신발, 선글라스 등 대한체육회 물품을 지인에게 나눠주거나 본인이 직접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점검단에 따르면 2018년 4월께 대한체육회의 평창올림픽 마케팅 수익 물품 중 휴대폰 20대를 포함해 총 4종, 6300만원 상당의 물품이 회장실에 배당됐다. 이 회장은 1700만원 상당의 휴대폰 14대 등 물품을 배부 대장에 기록하지 않고 지인에게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2021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다른 부서에 배정된 후원 물품 중 3500만원 상당의 신발·선글라스를 일방적으로 회장실로 가져오기도 했다. 이 중 16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직접 사용하거나 방문객들에게 제공한 의혹도 있다. 점검단은 체육회 재산인 후원 물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면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회장 등을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점검단은 파리올림픽 참관단이 부적절하게 운영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총 98명으로 구성된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관련 없는 지인 5명을 포함하도록 추천했으며, 이들이 계획에 없었던 관광 등 별도 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자부담이 필요한 이들 5명의 항공료(1인당 301만~336만원)를 체육회가 대납했다는 의혹이 있어 확인하려고 했으나, 대한체육회 등의 비협조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대한체육회 직원 등에게 상습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해왔다는 직원들의 주장도 제기됐다. 딸의 친구 특혜 채용 당시 '연봉을 낮춰야 한다'는 내부 직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XXXX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1시간가량 폭언·욕설을 했고, 대한체육회 예산 관련 논의 과정에서 예산 담당자에게는 “넌 문체부 XX야, 체육회 XX야”라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점검단은 대한체육회 일부 임직원의 부당한 업무처리 혐의를 명백하게 밝히기 위해 점검 결과를 수사기관에 이첩하고, 주무 부처에도 통보해 조치하도록 할 예정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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