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롯데그룹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탈(脫)순혈주의’ 핵심 인사로 거론되는 계열사 수장들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정 대표는 대내외적으로 “신세계 출신답게 디자인과 명품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 사례가 베트남에 지은 복합쇼핑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다. 하노이에 없던 명품 브랜드와 K패션·K푸드를 앞세워 1년 만에 방문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1월 사장단 회의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시장을 선도하는 사업 모델’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국내에서 운영 중인 복합쇼핑몰은 신세계, 현대 등 경쟁사보다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정 대표가 새로운 개념의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 확대 계획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제 백화점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즐기는 곳이 돼야 하는데, 롯데는 여전히 상품을 잔뜩 늘어놓고 파는 과거 성공 방정식을 따른다”며 “스타필드와 더현대서울처럼 롯데만의 성공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트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황에서 확실한 ‘반전 카드’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말 야심 차게 내놓은 신선식품 특화 점포 ‘그랑그로서리’는 초기 집객은 잘됐지만, 올 2분기 방문객과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0%에 그쳤다.
롯데그룹의 ‘아픈 손가락’인 롯데온은 올 들어 손실 폭은 줄였지만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이베이코리아 출신의 나영호 대표를 경질한 뒤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 출신의 박익진 대표를 선임했다. 하지만 경영진 교체에도 1~3분기 롯데온은 615억원 적자를 냈다.
롯데온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선 김 부회장이 확실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그룹의 한 전직 임원은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한 롯데 유통이 ‘제2의 도약’을 하려면 계열사를 아우르는 온라인 전략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선아/라현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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