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 땐 배당주.’
증권가의 유명한 격언이다. 매년 4분기가 되면 배당주 투자를 고려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해 상법이 개정되면서 기업들이 배당 기준일을 내년 1~2분기로 늦출 수 있게 됐지만 최근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은 안정적인 배당주로 쏠리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한동안 국내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문가들도 배당주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이 적절한 투자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전통적 고배당주인 금융주 중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기대 배당수익률이 7.44%로 가장 높았다. 삼성증권(7.2%)과 기업은행(7.16%), BNK금융지주(6.93%), 삼성카드(6.81%), NH투자증권(6.6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비금융주 중에서는 한샘에 이어 스카이라이프(7.14%), 기아(6.9%), 제일기획(6.63%), SGC에너지(6.51%) 등이 고배당주로 꼽혔다.
9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2500~2600선 사이에서 움직이면서 고배당주의 매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미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대선 테마주의 변동성이 커지자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도 배당주를 선호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 금융 고배당 TOP10’ 지수는 지난달 2일 이후 5.07%, ‘코스피 고배당 50’은 2.43%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24% 하락했다.
배당주 펀드에도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배당주 펀드 290종(국내·해외형 모두 포함)에는 3395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651억원에 불과했다. 배당주 펀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20%다. -3.98%를 기록한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대비 양호한 편이다.
올해 금융당국이 추진한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도 고배당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개인투자자도 고배당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지난 7월 이후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을 237억원, ‘PLUS 고배당주’를 54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으로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개인들이 고배당 투자를 늘리는 경향이 포착되고 있다”고 했다.
전통적 고배당주로 꼽히는 IBM은 이달 12일이 배당기준일이다. 최근 1년간 배당수익률은 3.12%, 주당 배당금은 1.67달러다. 엑슨모빌의 배당기준일은 14일이다. 주당 배당금은 0.99달러, 최근 1년간 배당수익률은 3.3%다. 엑슨모빌은 25년 연속으로 배당금을 인상한 기업이다.
이 밖에도 스머커와 3M, 듀크에너지, 셰브런, 존슨앤드존슨 등 미국 내 주요 기업이 배당기준일을 이달 중으로 잡았다. 대부분이 연간 3~4%대 배당수익률을 기록하는 기업이다. 12월이 배당기준일인 고배당 기업은 미국 담배회사인 알트리아, 부동산 투자회사 사이먼프로퍼티그룹 등이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모닝스타는 “알트리아는 연간 배당수익률이 7%를 넘는 고배당주면서 주가도 최근 한 달간 8% 넘게 올랐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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