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 인구 감소에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방 사립대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백약이 무효해지기 전에 대학과 지역을 살리기 위한 혁신에 나서야 합니다.”
2019년 총장에 취임한 뒤 한 차례 연임해 올해로 5년째 인제대를 이끌고 있는 전민현 총장은 지난달 29일 경남 김해 캠퍼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대로 가다간 2035년 이후 지방 사립대에 지원하는 학생이 거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 결과 탄생한 교육 과정이 ‘IU-EXCEL(Inje University-EXperience Collaboration Enquiry based Learning)’이다. 경험, 협력, 탐구 학습이라는 뜻의 이 모델은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 방식을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대학 혁신처에서는 먼저 교수를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하고, 실제 수업에 적용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총 50개 학과 가운데 초기에는 5~6개 학과에서만 진행되다가 현재는 20개가 넘는 학과에서 동참하고 있다.
그는 전공 수업도 뜯어고쳤다. 전 총장은 취임 이후 20여 개 학과를 과감히 없애고 18개 학과를 신설했다. 게임학과, 스마트물류학과, 반려동물보건학과, 방사선학과 등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을 개설했다. 또 교수를 임용할 때도 ‘실력’과 ‘현장 경험’을 최우선으로 반영했다.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게임학과에 새로 부임한 김태규 교수가 지도한 인제대 학생들은 올해 9월 ‘2024 울산 GAMEJAM’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3~4학년 이상 고학년도 상을 받기 어려운 대회에서 신설 학과 1학년 학생들이 단기 교육만으로 거둔 성과였다. 전 총장은 “이 밖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등 기존 학과들도 현장 실무를 바탕으로 교육할 수 있는 교원을 적극 임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핵심 키워드는 지역 사회와의 연계다. 전 총장은 “김해의 현안과 발전 과제에 기여하고 실질적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을 쌓을 수 있는 현장 학습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학생들이 학문적 성장을 넘어 현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로 길러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캐치프레이즈가 ‘올시티 캠퍼스’ 구상이다. 김해시 전체를 하나의 캠퍼스처럼 활용함으로써 학습, 연구, 교류의 공간을 확장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배운 이론을 지역 내 다양한 현장에서 실습하고, 지역 기업들은 청년 인재를 활용할 수 있다. 또 전국에서 경기 안산 다음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김해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한국폴리텍대와 함께 외국인 취업·생활 지원 채널도 운영한다.
전 총장은 대학과 지역이 공생 관계라고 강조한다. 살기 좋은 지역에 더 좋은 인재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는 “한 해에 약 2400명이 졸업하면 지금은 경남 지역에 200~300명만 남는다”며 “지역 정주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학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일자리는 물론 문화, 예술, 공연 등 각종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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