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2. 지난 7월 25일. 두산그룹주들이 금융감독원발 악재에 일제히 추락했다.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계열사 합병을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이날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자 “금융당국이 합병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이후에도 두산그룹주들은 추가 정정 요구에 동반 하락하는 등 금감원 발표와 이복현 금감원장의 입에 따라 출렁였다. 그 학습 효과는 고려아연에서도 나타났다. 고려아연은 얼마 전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직후 주가가 추락했지만 다음 날부터 반등에 나섰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증자에 성공할지는) 금감원 얘기부터 들어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다.
정부는 올해 초 증시 밸류업 정책의 핵심 사안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를 대폭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토큰증권발행(STO)도, 기업공개(IPO) 시장 안정화를 위해 추진하겠다던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도, 개인이 공모펀드를 통해 비상장 벤처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도 여야 정쟁에 밀려 기약이 없다. 미리 준비했던 기업과 투자자만 고생 중이다.
코스닥지수와 코스피지수는 올해 전 세계 주요 지수 중 하락률 1, 2위를 달리고 있다. 기업 가치를 높이고 수급 기반을 확충해야 하는 등 구조적 문제들이 산적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자본시장에 쌓이는 이 불신부터 걷어내는 게 필요하다. 올해 남은 50여 일 동안 ISA 개선, STO 도입 등 자본시장 관련 정책만이라도 여야가 전향적으로 풀어보길. 그리고 금융당국은 시장과 기업을 통제하겠다는 그 과도한 의욕을 줄여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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