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들어 여대는 신학대 중심에서 종합대학으로 발전했다. 마운트 홀리오크와 더불어 미국 7대 명문 여대로 불리는 ‘세븐 시스터즈’도 이때 첫발을 내디뎠다. 가장 두각을 나타낸 곳은 웰즐리 칼리지다. 교수 한 명이 평균 8명의 학생을 가르치며 여성 지도자 육성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인 매들린 올브라이트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선장인 파멜라 멜로이 등을 배출했다.
웰즐리처럼 명문 여대 전통을 잇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참전 군인의 대학 교육 등을 지원하는 ‘제대군인 원호법’이 시행되자 미국 여대들은 남자 신입생을 받으며 남녀공학으로 전환했다. 배서 칼리지(1969년), 하버드대에 합병된 래드클리프 칼리지(1977년)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험생들이 여대보다 남녀공학을 선호하면서 1998년 98개였던 일본 여대는 2021년 75개로 줄었다.
이런 흐름에서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1994년 성심여대(현 가톨릭대)와 대구 효성여대(대구가톨릭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데 이어 상명여대(1996년)와 부산여대(1997년)가 각각 상명대, 신라대로 교명을 교체하며 남녀공학이 됐다.
현재 국내에 남은 4년제 여대는 이화여대와 숙명여대 등 7곳뿐이다. 최근엔 한국판 세븐 시스터즈마저 시끄럽다. 얼마 전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하다가 학내 반대로 여러 발전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전엔 덕성·성신여대도 같은 이유로 공학 전환을 포기했다. 저출생과 여대 기피 현상 속에 한국의 세븐 시스터즈는 어떤 길을 택할지 궁금해진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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