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스펙 우주선 뚫었다…LG 배터리, 테슬라 로봇에도 탑재되나

입력 2024-11-10 17:42   수정 2024-11-11 01:39

우주선은 배터리의 품질과 성능 전반을 한 번에 검증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로 꼽힌다. 1500도가 넘는 고온과 대기압의 60배에 이르는 고압, 그리고 시속 2만6000㎞를 넘나드는 고속을 모두 견뎌내면서 제 성능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작은 오류 하나로 인해 불이라도 나면 지상과 달리 손 써볼 겨를도 없이 천문학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무게가 1㎏ 늘어날 때마다 발사비용이 수천만원씩 더해지는 우주선 특성상 가벼우면서 오래 쓸 수 있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스페이스X에 배터리를 장기 공급하기로 한 건 이 모든 기준을 통과했다는 걸 의미한다. 업계에선 우주선을 시작으로 전기차에만 집중된 2차전지 사용처가 본격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를 많이 쓰기 때문에 배터리 성능이 핵심인 휴머노이드용 배터리 시장도 머지않아 열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스페이스X 우주선 뚫은 LG
‘Power is king(가장 중요한 건 전력이다).’ 우주탐사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문구다.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는 우주선은 무용지물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 우주선은 ‘전기 먹는 하마’다. 수많은 전자장치와 통신장비, 온도 및 압력유지장치, 우주복 생명유지장치 등이 제 기능을 하려면 엄청난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의 핵심 기술인 ‘로켓 지상 회수’ 장치를 가동하는 데도 전기가 쓰인다.

LG가 스페이스X에 납품하는 배터리는 우주선 내 보조동력장치와 전력공급, 예비 에너지저장장치(ESS) 용도로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동력장치는 주동력장치와 함께 우주선의 운항과 궤도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나머지 배터리는 전력을 공급하고, 예비로 저장하는 용도로 이용된다.

스페이스X가 첫 배터리 장기 구매 업체로 LG를 낙점한 건 오랜 검증 과정을 통해 실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LG는 스페이스X의 모기업인 테슬라 전기차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고, 스페이스X 우주선에도 일회성으로 몇 차례 공급한 적이 있다. 여기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해 발주한 우주복용 배터리와 달 탐사차량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LG 배터리는 스페이스X가 이르면 내년께 내놓을 ‘차세대 스타십’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LG가 스페이스X에 납품하는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주선 발사 비용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우주 여행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만큼 최대 후원자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머스크 CEO는 평소 “로켓 발사 횟수 제한을 완화하고 허가 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는데, 트럼프 당선인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에도 LG 배터리 쓸까
로켓 형태인 스페이스X의 스타십은 기존 우주선(5인가량 탑승)과 달리 100명가량을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다. 화물 적재량(1100㎥) 규모도 기존 스페이스X 로켓인 팰컨9(145㎥)보다 훨씬 크다. 스페이스X를 민간 우주여행 시장의 리딩 기업으로 꼽는 이유다. 이런 스페이스X를 LG가 사로잡은 만큼 향후 다른 민간 우주탐사 업체 물량도 따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과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세운 버진갤럭틱 등도 자체 우주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가 전기차(테슬라)에 이어 우주선(스페이스X)에서도 머스크 CEO의 부름을 받은 만큼 테슬라가 제조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옵티머스)의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를 테슬라 전기차 제조공장은 물론 각 가정에도 판매한다는 중장기 계획에 따라 휴머노이드 개발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런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가장 큰 숙제가 배터리다. 사람 크기의 휴머노이드에는 구조적으로 배터리를 많이 넣을 수 없기 때문에 한 번 충전하면 두세 시간밖에 이용할 수 없다. LG가 개발 중인 고용량·고속 충전 배터리 장착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 CEO가 꿈꾸는 혁신을 이루려면 배터리 기술 혁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며 “LG가 머스크와 ‘한배’를 타게 되면 무궁무진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김형규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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