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스페이스X에 배터리를 장기 공급하기로 한 건 이 모든 기준을 통과했다는 걸 의미한다. 업계에선 우주선을 시작으로 전기차에만 집중된 2차전지 사용처가 본격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를 많이 쓰기 때문에 배터리 성능이 핵심인 휴머노이드용 배터리 시장도 머지않아 열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LG가 스페이스X에 납품하는 배터리는 우주선 내 보조동력장치와 전력공급, 예비 에너지저장장치(ESS) 용도로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동력장치는 주동력장치와 함께 우주선의 운항과 궤도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나머지 배터리는 전력을 공급하고, 예비로 저장하는 용도로 이용된다.
스페이스X가 첫 배터리 장기 구매 업체로 LG를 낙점한 건 오랜 검증 과정을 통해 실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LG는 스페이스X의 모기업인 테슬라 전기차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고, 스페이스X 우주선에도 일회성으로 몇 차례 공급한 적이 있다. 여기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해 발주한 우주복용 배터리와 달 탐사차량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LG 배터리는 스페이스X가 이르면 내년께 내놓을 ‘차세대 스타십’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LG가 스페이스X에 납품하는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주선 발사 비용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우주 여행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만큼 최대 후원자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머스크 CEO는 평소 “로켓 발사 횟수 제한을 완화하고 허가 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는데, 트럼프 당선인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LG가 전기차(테슬라)에 이어 우주선(스페이스X)에서도 머스크 CEO의 부름을 받은 만큼 테슬라가 제조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옵티머스)의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를 테슬라 전기차 제조공장은 물론 각 가정에도 판매한다는 중장기 계획에 따라 휴머노이드 개발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런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가장 큰 숙제가 배터리다. 사람 크기의 휴머노이드에는 구조적으로 배터리를 많이 넣을 수 없기 때문에 한 번 충전하면 두세 시간밖에 이용할 수 없다. LG가 개발 중인 고용량·고속 충전 배터리 장착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 CEO가 꿈꾸는 혁신을 이루려면 배터리 기술 혁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며 “LG가 머스크와 ‘한배’를 타게 되면 무궁무진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김형규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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