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3위 석유 매장국 이란, 하루 2시간씩 정전 조치 시행

입력 2024-11-11 11:40   수정 2024-11-11 11:47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 석유 매장량 3위 국가인 이란이 겨울철을 앞두고 전국적인 정전 조치를 시행한다. 난방용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생산 시설 노후화로 제때 에너지를 공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부터 수도 테헤란에서 매일 2시간씩 정전 조치를 시행한다고 보도했다. 이란 언론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전국 정전 조치는 10일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순차적으로 시행한다. FT는 이란은 세계 석유 매장량 3위, 천연가스 매장량 2위 국가이지만 전기 생산에 대한 투자 부족과 기존 생산 시설 관리 미비로 인해 에너지 공급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여름에도 에어컨 가동을 위한 전력 수요가 많이 늘어나며 여러 차례 전국적인 정전을 겪었다.

정전은 이란 정부가 지난 3일 아라크, 카라지, 이스파한 등에 있는 화력 발전소 3곳을 중유로 가동하는 것을 금지한 데 따른 조치로도 풀이된다. 시나 안사리 이란 환경부 책임자는 "정부는 3개 화력 발전소에서 중유 연소를 중단해 전국적으로 정전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것은 대기 오염과 관련된 건강 위험을 줄이는 데 있어 가치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유는 원유에서 휘발유·등유·경유 등을 증류하고 남은 기름으로, 천연가스와 석탄보다도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이 많다.

이란 정부가 대기 오염 감축을 위해 중유 발전을 멈췄지만, 중유를 포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FT는 이란은 현재 천연가스 공급량으로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중유를 화력발전 원료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번 겨울에 하루 2억6000만입방미터에 달하는 천연가스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지난 7월 이란은 인접 국가인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연간 100억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수입하기로 협상했다.



에너지 분석가들은 이란의 에너지 위기가 투자 부족과 자원 관리 부실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란 전기 생산량의 13%가 낡은 전력망에 의해 송전 및 배전 과정에서 손실된다. 이는 이란 철강 산업이 사용하는 총 전기량과 같은 수준이다. 나르시 고르반 에너지 전문가는 "이란의 생산 시설이 에너지 수요를 맞추려면 최소 2500억달러(약 350조원)를 들여 대대적인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이란 인터내셔널에 말했다.

FT는 "이란의 에너지 위기는 핵 제재로 인해 악화했다"며 "제재로 인해 이란은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전력망을 최적화하는 데 방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이란은 에너지 위기를 벗어날 수 없을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때인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을 상대로 전면적 제재를 동원하며 이른바 '최대 압박' 정책을 시행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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