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가는 경우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조합원들이나 비조합원들을 상대로 파업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파업에 동참하여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근로자들이 많아야 사용자의 생산차질이 더 커질 것이고, 파업을 통해 교섭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동조합의 전략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파업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피켓팅'이라고 한다. 피켓팅은 파업불참자 또는 제3자에게 파업에 참여할 것을 호소하여 동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호소 또는 감시 등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반적으로 사업장 입구에 플랭카드를 설치하거나 확성기를 이용하거나 유인물을 배포하여 동조를 권유·설득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적 설득방법으로 하지 않고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식으로 사업장 출입을 저지하는 방법, 협박이나 강요 등을 통해 파업 참여를 설득하기도 한다.
피켓팅은 평화적 설득의 방법에 의한 경우에만 정당성이 인정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38조 1항은 쟁의행위 그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자의 출입·조업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방법으로 행하여져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여 이를 명확하게 하고 있다. 피켓팅 자체는 독립된 쟁의행위가 아니고 주로 파업, 보이콧 등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부수적으로 행해지는 보조적 수단이나, 피켓팅이 정당하지 못한 경우 쟁의행위의 수단 또는 방법이 위법한 것이 되어 쟁의행위 전체가 불법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대법원은 파업은 그 효율성을 확보·강화하기 위하여 보조수단으로 소위 피켓팅을 동반하기도 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는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나, 이 경우 파업에 가담하지 않고 조업을 계속하려는 자에 대하여 평화적 설득, 구두와 문서에 의한 언어적 설득의 범위 내에서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고, 폭행·협박 또는 위력에 의한 실력적 저지나 물리적 강제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0.10.12. 선고 90도1431 판결).
행정해석도 피켓팅은 근로희망자 등에게 폭행, 협박, 폭언 등을 사용하여 파업에 참가 또는 동조할 것을 요구할 수 없으며, 원칙적으로 평화적 설득의 방법에 의한 경우에만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협력 68140-261, 1998.7.10).
이러한 법리 하에 대법원은, 피켓팅 과정에서 사업장 출입을 방해하거나 노동조합이 조합원들과 공모하여 회사 공장의 정문을 실력으로 점거하고 미리 준비한 자물쇠를 채워 봉쇄한 다음, 회사측 경비원들의 접근을 제지하고 회사측에서 동원한 수송용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거나, 회사의 대리점을 경영하는 자들이 동원한 차량의 출입을 막음으로써, 회사나 대리점 경영자들의 제품수송 업무를 방해한 사안에서, 쟁의행위의 그 수단이나 방법이 소극적으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데에 그친 것이 아니라, 다중의 위력이나 물리적 강제력으로써 적극적으로 업무를 방해한 것이어서, 쟁의행위의 정당한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1.7.9. 선고 91도10510 판결).
또한, 노동조합이 사무실 일부를 점거하여 야간에는 10여명씩 조를 짜서 교대로 철야농성을 하고 주간에는 다 함께 모여 농성을 하면서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부르고 북 장구 징 꽹과리를 두드리며 소란행위를 계속하고, 농성에 가담하지 않고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노조원들과 적이 되려 하느냐”는 등의 야유와 협박을 하며 농성가담을 적극 권유하고, 그 곳에 있는 기기에 들어가는 용지를 찢거나 그 작동을 중단시키는 등의 행위를 한 사안에서, 쟁의행위의 방법이나 수단에 있어서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1992.5.8. 선고 91도3051 판결).
사용자가 대체근로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고지서 발송 업무를 진행하자, 노동조합 파업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파업에 동조하지 않고 조업을 하는 위의 사람들에게 피켓팅을 하고,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정도의 실력을 행사하는 것은 동맹파업 등 근로자들에 의한 쟁의행위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마련된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에 의한 고지서 발송작업을 전면적으로 저지하기 위하여 그 작업현장에 있던 고지서를 전부 탈취한 것은 파업의 보조적 쟁의수단인 피켓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 사례도 있다(대법원 1992. 7. 14. 선고 91다43800 판결).
현행법이나 판례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피켓팅의 경우에만 그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은 것은 노동조합의 쟁의권 못지 않게 미참여자들의 의사도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파업에 동참을 시키는 것이 유리할 것이나,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조합원이나 비조합원들의 입장에서는 노동조합이 내세우는 파업의 이유에 동의하지 않거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파업에 동참하라는 요청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의 쟁의권과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근로자들의 의사를 조화적으로 해석하는 균형 있는 해석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피켓팅만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파업현장에서는 파업 미참가자에 대해서 적극적인 피켓팅을 넘어 파업 동참을 강요하거나 더 나아가 협박을 하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다. 이는 현행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전근대적인 노사관계 문화의 잔재이므로 하루 속히 청산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의 쟁의권 못지 않게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들이나 비조합원들의 의사와 행동의 자유도 중요하다. 강요나 협박 등을 통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들이나 비조합원들의 자유의사를 침해하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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