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60조 원(2024년 10월 기준)을 돌파했다. 이는 2020년 말 52조 원 대비 3배가 넘는 수치다. 이 기간 ETF 운용사도 15개에서 26개로 증가했고, ETF 종목 수도 468개에서 911개로 늘어났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ETF 시장에 대거 진입했으며, 연금 및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절세 계좌를 통해 ETF에 투자하려는 수요 또한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른바 ‘ETF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ETF가 이토록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식보다 쉽게, 펀드보다 편하고 빠르게
ETF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다. 즉, ETF는 펀드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의 장점도 고루 갖추고 있다.
ETF의 첫 번째 장점은 분산투자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ETF는 해당 상품이 추종하는 지수의 구성 종목으로 이루어진 펀드이기 때문에 ETF 1주를 매수한다는 것은 해당 지수의 구성 종목 전체를 조금씩 매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도체나 AI와 같은 특정 산업의 성장에 투자하고 싶을 때 가장 편리한 방법은 그 산업의 선두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가 단일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높으며, 투자 위험을 낮추기 위해 다수 기업의 주식을 직접 사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럴 때 ETF를 활용하면, ETF 1주 가격만으로 특정 산업 전체에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두 번째로 ETF는 거래가 매우 편리하며 환금성이 높다. ETF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원하는 가격에 사고팔 수 있다. 반면, 일반 펀드의 경우 일 단위로 산출되는 기준가격으로만 거래가 되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에 즉각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ETF는 매도 시 영업일 기준으로 이틀 뒤면 매도대금이 현금으로 계좌에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일반 펀드는 환매 후 현금으로 되찾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해외 주식 및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7~8영업일이 걸리기도 한다. 최근 국내 투자자 사이에 해외 투자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ETF 활용도는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ETF의 또 다른 장점은 투명성이다. ETF는 매일 납입자산구성내역(PDF)을 통해 보유 자산을 공개하고 있다.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하는 ETF 안에 어떤 종목이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들어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동일 테마나 산업에 투자하는 여러 ETF가 있을 경우, 각 상품별로 특정 종목의 편입 비중을 비교한 후 어떤 ETF에 투자할지 결정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ETF는 펀드 대비 보수가 저렴하다. 펀드의 경우 은행 및 증권사 등 판매채널에 판매보수를 지불하고, 때로는 환매수수료 등이 부과되기도 한다. 그러나 ETF는 투자자가 시장에서 바로 거래하기 때문에 이런 판매보수 개념이 없다. 또한 지수 성과를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초과 성과를 내야 하는 액티브 펀드보다 매매 비용이 낮고 운용보수가 저렴하다. 보수가 저렴하기 때문에 장기 투자, 특히 연금 투자에 매우 적합한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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