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업체 시노펙스의 변신…휴대용 소형 투석기 만든다

입력 2024-11-11 17:30   수정 2024-11-12 00:41

“시노펙스 혈액여과기는 해외 제품에 비해 여과율이 8~10% 뛰어납니다. 20년 동안 축적해온 여과기(필터) 기술력 덕입니다.”

손경익 시노펙스 대표(사진)는 11일 “장기적으로는 휴대 가능한 인공신장기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회사는 올해 투석 환자가 사용하는 인공신장기(투석기)용 필터를 국내 최초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8월부터 환자에게 활용하고 있다.

혈액 투석은 단일 의료 행위 중 건강보험 재정을 가장 많이 쓰는 치료법이다. 투석기용 필터는 100% 해외 제품에 의존해 왔다. 의료계에서 국산 혈액투석기용 필터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이다. 시노펙스는 2021년부터 혈액여과기를 비롯한 투석기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개발을 시작했다.

시노펙스는 휴대폰과 전자기기 등에 들어가는 정밀 부품 및 반도체 세정 작업에 필요한 ‘초순수’를 만들기 위한 여과기(필터)를 제조하는 상장사다. 손 대표는 “2006년부터 회사 중장기 계획을 짜면서 우리 기술로 혈액여과기 시장 진출도 가능하겠다는 의견을 얻었다”며 “진출 시기를 보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의료진과 개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필터를 제작하던 노하우를 살려 성능이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손 대표는 “혈액 필터는 미국과 독일 제품을 주로 사용하는데, 서양인과 동양인의 체형 및 식습관이 달라 몸속 노폐물 구성이 다를 수 있다”며 “한국인에게 가장 적합한 필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시노펙스는 여과기뿐만 아니라 이동형 투석기와 투석기에 들어가는 부품 전체를 개발 중이다. 내년 하반기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 허가를 얻는다는 구상이다. 손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환자가 몸에 지니고 다닐 정도의 초소형 투석기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투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이바지하겠다”고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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