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황의 주요 성분인 커큐민은 밀크시슬에 이어 1~2년 새 한국에서 주목받는 영양제다. A사는 대형 건강기능식품 제조사를 제치고 커큐민 분야 쿠팡 1위가 됐고, 상품평 수백 개가 달렸다. A사가 쿠팡에 판매 중인 베르베린, 프로폴리스, 아연 등의 건강기능식품 58종 중 16종이 이런 AI 의사를 제품 섬네일과 상세페이지에 내세우고 있다.
AI 의사 이미지가 정교해 페이지를 얼핏 본 소비자는 가짜인지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다. 온라인 쇼핑에서 영양제를 구매한 적이 있는 김모씨는 “의사가 연구에 참여했거나 제품을 개발했다는 사진과 문구가 있다면 제품을 더 신뢰할 것 같다”고 말했다.
AI가 처방전을 발급해 의료법을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사례도 있다. B사의 온라인 AI 처방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B사 AI에 ‘두통이 있고, 콧물이 난다’고 입력했더니 AI는 아세트아미노펜(해열진통제)과 세트리진(항히스타민제) 등 전문의약품 이름을 담은 진짜 처방전과 비슷한 문서를 화면에 출력했다.
B사의 AI 처방전이 병원 처방전인 줄 알고 착각해 환자에게 약을 준 약국도 있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8일 B업체를 포함한 민간 AI 처방 업체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AI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비대면 진료·처방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AI 업체들이 이런 시범서비스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AI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건 아직 합법이다. 저작권법 적용을 받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인데, AI 산출물에는 저작권이 부여되지 않아서다. 아직 쇼핑몰 상세페이지에 ‘AI가 생성했다’는 워터마크를 넣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일부 쇼핑사이트는 자체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약계에선 AI 활용이 불법 소지가 높다고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AI 가짜 의사 이미지는 과장된 정보를 활용한 소비자 기만행위로 식품광고법상 위반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건강 부문에서라도 AI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소비자를 오인케 해 부당이득을 취한다면 규제하는 게 맞다”면서도 “이 범주와 수위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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