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페이스X 우주선에 한국 배터리…기술 초격차만이 살 길

입력 2024-11-11 17:34   수정 2024-11-12 07:19

LG에너지솔루션이 이르면 내년쯤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스페이스X 우주선에 배터리를 납품하게 됐다는 소식이다. 스페이스X로부터 차세대 스타십 우주선에 들어갈 배터리 납품을 의뢰받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탐사 선두 업체다. 화성 탐사를 목표로 스타십을 개발 중이다.

스타십은 기존 우주선의 20배에 달하는 100여 명을 태울 수 있다. 적재량(1100㎥)도 스페이스X의 기존 팰컨9 로켓(145㎥)보다 훨씬 크다. 우주선은 1500도가 넘는 고온과 대기압의 60배에 달하는 고압, 2만6000㎞를 넘는 고속 등 극한의 환경을 견뎌야 한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에도 스페이스X로부터 ‘OK’를 받아 LG가 우주선용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커졌다. 테슬라 전기차에 이어 스페이스X 우주선에도 배터리를 납품하면서 LG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등 테슬라의 미래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우려를 덜어줄 희소식이다. 어제 증시에서 다른 배터리 제조사가 약세를 보인 것과 달리 LG에너지솔루션은 주가가 4% 넘게 급등하고 장중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돌파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한국의 주력 산업은 곳곳에서 중국과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당수 분야가 중국에 추월당했거나 따라잡히기 직전이다. 우리의 활로는 결국 남들이 따라오기 힘든 기술력에 달렸다. 과거 삼성전자가 반도체업계 1등으로 올라선 비결이 바로 기술 초격차였다. SK하이닉스가 올 3분기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체 중 최대인 7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도 인공지능(AI) 시대 총아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한 결과다. 기술 경쟁력을 잃으면 성장도, 밸류도 꿈같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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