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우여곡절 끝에 총리직을 유지하게 됐다. 그는 지난달 자민당의 중의원(하원) 선거 참패로 30년 만에 치러진 총리 지명 선거 결선 투표에서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를 따돌렸다. 이시바 총리가 재선출됐지만 앞으로는 야당 도움 없이 국정 운영이 어려워 사실상 ‘식물 총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11일 중의원 특별의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총리 지명 선거 결선에서 전체 465표 가운데 221표를 얻어 103대 총리로 재선출됐다. 노다 대표는 160표를 획득했다. 앞서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는 221표, 노다 대표는 151표를 얻었지만 모두 과반 획득에 실패해 30년 만이자 사상 다섯 번째로 총리 지명을 위한 결선 투표가 치러졌다. 결선에선 과반 득표와 관계없이 표를 더 많이 얻은 후보가 총리로 지명된다.
지난달 27일 총선에서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은 총 215석을 확보해 과반인 233석에 미치지 못했다. 입헌민주당은 148석을 확보했고,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제3야당 국민민주당은 각각 38석, 28석을 얻었다. 이날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은 모두 1차와 결선 투표에서 자당 대표에게 투표했다. 결선에서는 상위 1, 2위 후보가 아니라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면 모두 무효가 되기 때문에 제1당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가 재선출된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내 비주류인 데다 총선 패배로 당내 입지가 더 좁아졌다. 자민·공명당 양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소수 여당’이 된 만큼 향후 예산안 처리 등에서 야당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
자민당은 이달 경제 대책에 국민민주당 주장을 반영하는 등 정책마다 협력하는 ‘부분 연합’을 바탕으로 정권을 운영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민주당은 이미 자민당에 ‘연봉 103만엔의 벽’ 개선 등을 요구했다. 103만엔은 기초공제 등으로 소득세를 내지 않고 벌 수 있는 연 소득 한도다. 국민민주당은 비과세 소득 한도를 연 178만엔으로 상향 조정할 것을 주장한다.
일각에선 이시바 총리가 단명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내각 출범 한 달여 만에 지지율이 20∼30%대까지 떨어진 탓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의회는 총선에서 대패한 이시바 총리가 일부 야당에 지탱하며 연명하는 기묘한 구도가 될 듯하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3대 과제로 △엄격한 안보 대응 △치안·방재 추가 대응 △일본 활력 되찾기 등을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 대통령과 되도록 빨리 회담하고 싶다고도 밝혔다.
한·미·일은 오는 15~16일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3개국 정상회의 개최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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