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판매가 내리고 가정요금 인상 나중에…민간발전 손실 불보듯

입력 2024-11-11 18:18   수정 2024-11-19 16:57

경남 통영에코파워의 1012㎿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난달 29일 회사 관계자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1조3000억원을 들여 지은 발전소가 가동과 동시에 적자를 볼 판이어서다.

원인은 내년 상반기 도매시장부터 도입되는 지역별 전기요금제다. ㎾h당 전력 판매가격이 20~30원 떨어져 통영에코파워의 영업이익이 1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비슷한 규모의 LNG 발전사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밑도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는 연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통영에코파워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발전소를 지었는데 갑자기 정책이 바뀌며 손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차등화하는 전력 요금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역별 전력요금제를 내년 상반기 한국전력이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들이는 도매시장(계통한계가격·SMP)부터 우선 시행하고, 2026년에는 소매시장(일반 전기요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도권 전기요금은 올리고 비(非)수도권 요금은 낮춰 전력 시장의 지역 편중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기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발전소가 몰리게 하고, 데이터센터같이 전기를 많이 쓰는 생산시설은 지방으로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도소매 요금 차등화의 시기를 달리하는 이유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소매 전기요금을 차등화하기 위해 지역별 원가를 계산하려면 원가의 90%를 차지하는 전력 구매 가격(도매 전기요금) 차등화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비수도권 민간발전사업자는 수도권 발전소보다 발전원가가 더 낮은데도 같은 판매비용을 받아온 것을 바로잡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도매시장 요금이 차등화되면 통영에코파워, GS EPS 등 비수도권 LNG 발전사와 비수도권 재생에너지 업체의 이익은 줄어든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금보다 싼 값에 한전에 팔기 때문이다. 민간발전협회는 도매가격이 ㎾h당 20원 떨어지면 비수도권 LNG 발전사와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영업이익이 각각 1조940억원, 5533억원 등 1조6473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도매가격이 ㎾h당 30원 떨어지면 영업이익 감소분은 2조4709억원으로 늘어난다.
반발하는 민간 발전소들
민간 발전소들은 반발하고 있다. 도매요금만 내려가고 소매요금 차등화는 실현되지 않으면서 결국 민간 발전소가 손실을 메우는 구조가 고착화한 채로 지역별 전기요금제가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수도권과 비수도권, 제주 등 세 구역으로 나눠 시행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경우 전기 사용량보다 전력 생산량이 두 배 가까이 많은 인천(전력 자급률 186.3%)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지방보다 비싼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반면, 전력 자급률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대전(3.1%)은 비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저렴한 전기요금 혜택을 보게 된다. 부산 울산 경남과 인천 지역은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회가 단체행동을 예고하는 등 지역 간 갈등이 폭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수도권 유권자들의 반발을 고려할 때 정부가 지역별 전기요금을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 민간 발전사 관계자는 “정부가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은 송전망 구축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이 실패 대가를 민간이 치르는 것 아닌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슬기/황정환/정영효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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