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배출량을 대폭 줄이지 않는다면 세계는 이번 세기에 2.6~3.1℃의 기온 상승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온도 상승은 지구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배출량 격차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경고했다.
UNEP는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연간 온실가스배출량을 42%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2035년까지는 57% 줄여야 한다. 전 세계 배출량은 2023년에 무려 1.3% 증가했다. 지구온난화를 제한하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5년까지 배출량이 매년 7.5%씩 감소해야 한다. 배출량 감축을 뒤로 미룰수록 연간 감축량이 더 커지기 때문에 빠른 조치가 요구된다.
세계 각국은 글래스고협약에 따라 파리협정 체제를 보완하기 위해 2020년부터 5년마다 새로운 NDC를 보고해야 한다. 한국도 2025년 2월까지 UN에 2035년을 목표로 한 새로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 2035년 중간목표에서 NDC를 높이지 못하고 즉각적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세계 기온이 2.6℃에서 최대 3.1℃로 상승할 위험이 크다.
배출량 피크에 도달하지 못한 국가들은 더 낮은 수준에서 조기에 배출량을 정점으로 맞추고 이후 빠르게 감축해야 한다. 이미 배출량 피크에 도달한 국가들은 기존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온난화를 1.5℃로 제한하는 데 필요한 목표 사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30년 배출량 절반까지 줄여야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올해는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더운 해였던 지난해 기록은 약 1년 만에 깨지는 셈이다. 이는 지구 온도가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최근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큰 홍수가 발생했고 인도에서는 극한 더위가, 남아프리카에서는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도래했다.
지구가 더 더워지는 것을 막으려면 전 세계가 NDC를 상향해야 한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NDC 발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정부 전체의 전방위적 접근, 사회경제적 및 환경적 공동 이익을 극대화하는 조치, 글로벌 금융 구조 개혁을 포함한 강화된 국제 협력, 강력한 민간 부문 조치, 최소 6배 이상 감축 투자 증가가 요구된다.
UNEP는 G20 국가, 특히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회원국에 동참을 요청했다. 아프리카연합을 제외한 G20 회원국은 2023년 배출량의 77%를 차지했다. 이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파리 협정 목표인 1.5℃는 몇 년 내 사라지고 2℃ 역시 위험에 처하게 된다.
갱신된 NDC는 2030년까지 전례 없는 온실가스배출 감축을 약속하고, 이를 이행해 1.5℃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1.5℃ 경로로 가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배출량이 2019년 수준보다 42% 감소해야 하며, 2℃ 목표를 위해서는 28% 감소가 필요하다. 2030년 이후 다음 이정표인 2035년을 목표로 하는 1.5℃ 경로를 위해서는 배출량이 57%, 2℃ 경로를 위해서는 37% 감소해야 한다.
2023년 온실가스배출량이 1.3% 증가해 57.1GtCO2-eq에 달하면서 2035년까지 매년 1.5℃ 경로를 위해 7.5%, 2℃ 경로를 위해 4%씩 감축해야 해 과제가 더욱 어려워졌다. UNEP는 각국이 자원과 역량을 이용해 달성하는 무조건적 NDC와 국제 협력이나 지원을 통해 달성하는 조건부 NDC가 모두 완전히 이행되더라도 2030년 예상 배출량이 10% 감소할 뿐이며, 2.6℃ 온도 상승이 예측된다고 밝혔다. 현재 계획된 정책만 이행할 경우 최대 3.1℃ 온도 상승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제시된 최대 2.℃ 상승과 비교해 0.2℃ 더 높아졌다.
보고서는 2035년 중간 점검 시 업데이트된 NDC가 잘 설계되고 구체적으로 새로운 목표를 충족할 수 있다고 보았다. NDC에는 교토의정서에 나열된 모든 가스가 포함되어야 하며, 모든 부분을 포괄하고, 구체적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또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동시에 국가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자세한 이행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
1.5℃ 경로에 맞추려는 노력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여전히 1.5℃ 경로에 맞춰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2030년과 2035년의 배출 격차는 톤당 200달러 이하 비용으로 해소할 수 있다. 태양광·풍력발전의 전면 배치는 2030년 총감축 잠재량의 27%, 2035년에는 38%를 제공할 수 있다. 더 많은 산림 보호 및 복원 등 산림에 대한 조치는 두 해 모두 잠재력의 약 20%를 제공할 수 있다. 또 건물, 운송 및 산업 부문의 효율성을 높이면 온실가스 감축에 영향을 미친다.
2024년 6월 1일 기준, 101개 당사국(107개국 대표) 약 82%의 전 세계 온실가스배출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법률(28개국), NDC나 장기 전략 같은 정책 문서(56개국) 또는 고위 정부 관료 발표(17개국)로 순배출 제로를 약속했다.
UNEP는 멕시코와 아프리카연합을 제외한 모든 G20 회원국이 순 배출 제로 목표를 설정했지만 법적 상태, 이행 계획과 품질, 단기 배출 경로와 순 배출 제로 목표 간 일치 여부 같은 핵심 지표에서 지난 평가 이후 제한적 진전만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G20 회원국 중 11개국의 2030 NDC 이행 평가가 작년보다 낮아졌다고 보았는데, 여기에는 EU를 비롯해 미국·중국·일본·캐나다·남아프리카공화국·영국·멕시코·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한국이 포함됐다.
온실가스배출량의 정점 도달은 순 배출 제로 달성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한국·중국·인도·인네시아·멕시코·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를 포함한 7개 G20 회원국은 아직 배출 정점을 찍지 않았다(한국의 경우 내부적으로는 정점을 찍었다고 보지만, UNEP는 정점 이후 5개년 데이터가 있어야 정점을 찍은 것으로 인정한다).
또 UNEP는 이 국가들이 더 낮은 수준에서 조기에 배출량을 정점으로 맞추고, 이후 빠르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이 순 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미 배출 정점을 찍은 10개 G20 회원국(EU,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일본,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미국)은 2030년 이후 탈탄소화 속도를 가속화하고 2030년 NDC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누적 배출을 줄이고 이후 비현실적으로 빠른 탈탄소화 속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
잉에르 아네르센 UNEP 사무총장은 “각국은 2035년 NDC에 야심 찬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야심 찬 의지는 신속한 이행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210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1.5℃로 유지한다는 파리협정 목표는 몇 년 안에 사라지고 2℃보다 훨씬 낮은 목표가 중환자실에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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